[사설] 한동훈 공모 못 밝혀… ‘검·언 유착’ 수사 무리였나

입력 2020-08-06 04:02
4개월 넘게 정치권과 검찰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이 허구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5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공모 여부는 이 전 기자의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한 검사장과의 공모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검·언 유착이 아니라 해당 기자에 의한 단순한 강요미수 사건일 뿐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의 비협조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했다며 추가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이 4개월여간 10명이 넘는 검사를 투입해 전력 수사를 했는데도 결정적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말 MBC가 검찰과 언론이 유착해 특정 정치권 인사의 비리를 캐기 위해 재소자를 협박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보도와 다른 진술과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정치권 개입설도 불거졌다. 이에 따라 검·언 유착이 아니라 여권 인사와 MBC 방송 간 유착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권·언 유착 의혹’이 맞는다는 논란도 일었다.

한 검사장 공모 입증 실패의 의미와 파장은 작지 않다. 당장 한 검사장의 공모를 기정사실로 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책임 문제가 제기된다. 추 장관은 지난달 2일 수사지휘문에서 ‘이 사건은 검사가 기자와 공모해 재소자를 협박, 특정 인사의 비위에 관한 진술을 강요한 사건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된 상황’이라고 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노골적으로 부딪치고 검찰 내부도 두 쪽 낸 이 사건이 실체조차 없는 것이라면 예사 문제가 아니다. 물론 아직 결론을 내기에 이르고 검찰의 추가 수사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한 검사장이 공모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추 장관이든 대검찰청에 맞서 전권을 갖고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장이든 혼란을 키우고 검찰의 신뢰를 떨어뜨린 데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