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더 낮아지니 참 사랑·축복의 통로가 되었다”

입력 2020-08-07 00:07
양춘길 미국 필그림선교교회 목사(뒷줄 오른쪽 세 번째) 등이 2018년 7월 미국 뉴저지주 리틀페리에 있는 맘스미션 주차장에서 바자회를 갖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예레미야 33장 2절의 말씀처럼 우리 하나님은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시다. 하나님의 선교와 사역에 동참할수록 모든 일을 하나님이 시작하셨고 그분이 진행하시며 이루신다는 것을 고백한다.

1997년 11명의 가정이 함께 시작한 미국 필그림선교교회도 마찬가지다.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시작돼 하나님께서 이루셨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나눔가게인 맘스미션도 마찬가지다.

10년 전 맘스미션 출범 때부터 섬기고 있는 L권사는 “하나님께서 나눔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뉴저지 지역의 엄마들을 모아 주셨다”면서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애써 물건을 모으려 하지 않았지만, 10년간 판매할 물건이 넘쳤다.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도 보태 주셨다”고 했다.

그가 10년 동안 맘스미션을 한결같이 섬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부어주신 사랑 덕분이다. L권사는 “맘스미션을 섬기면서 가장 보람된 것은 봉사자들이 하나 돼 주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가 서로 격려하며 또 다른 이에게 봉사를 권한 이유는 오직 사랑이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 서로 교제하며 나누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이웃과 나누면서 10년간 감사와 기쁨으로 섬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맘스미션의 봉사자들은 사역 현장에서 하나님의 기적과 삶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H성도는 작은 공간에서 섬김과 봉사를 실천하는 맘스미션의 설립 정신에 마음이 끌려 지난 10년을 함께했다.

H성도는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대하며, 만들어진 돈이 의미 있는 곳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그래서 이왕이면 필요한 곳에 나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5분 거리로 맘스미션이 이사해 더 자주 참여하면서 한 가족과 같이 됐다”며 “손길이 많이 가는 봉사지만, 따뜻한 커피로 서로를 위로했다. 봉사자들이 물건을 옮기고 정리하고 팔면서 서로를 돕고 세워주는 사랑 안에서 예수님을 닮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H성도는 맘스미션을 통해 오히려 개개인의 내면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엄마의 마음으로 사랑하며 섬기는 가운데 찢긴 영혼들이 위로받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며, 삶의 의욕과 믿음의 용기를 얻는 것을 체험했다”면서 “맘스미션은 내면의 치유가 있고 새로운 힘을 충전해주는 사람들로 채워진 곳이다. 이것이 성령님이 역사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렇듯 남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더 많이 배우듯 남을 도우면서 봉사자 자신이 치료되고 매일을 사는 에너지로 재충전되는 곳이 맘스미션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는 미셔널 라이프의 현장이다.

맘스미션이 자신의 선교지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고백하는 H권사는 이 공간에서 타민족을 만나며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깊이 깨달았다. H권사는 주님이 가신 섬김의 길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히 배우라고 자신을 맘스미션의 영업 스태프로 인도해 주셨다고 고백한다.

그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옷을 기부받아 재판매한 수익금으로 선교사님을 지원하고 구제와 장학금 지급 등 선한 일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곳 뉴저지의 리틀페리는 다민족이 사는, 문지방 너머의 선교 현장”이라고 말했다.

H권사는 “자식 집에 다니러 온 인도인 할머니 할아버지, 형제자매를 만나러 온 스페니시 가족들, 아랍 사람, 아프리카 사람, 한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난다”며 “자신을 비우고 더 낮아져서 참 사랑과 축복의 통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언어소통이 잘 안 될 땐 사랑의 마음이 전달돼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맘스미션에서 일어나곤 한다. 봉사자들이 때론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를 하다가 그들이 지닌 마음의 상처를 알아채기도 한다.

H권사는 “한번은 마음의 고통과 근심으로 눈물 흘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스페니시 자매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같이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면서 능력의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간구했다”고 말했다.

미셔널 처치는 세상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직 하나님 나라와 그의 영광을 위해 기쁨으로 섬기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미셔널 라이프를 사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아름다운 찬양이 있다. 우리 가운데 선한 일을 시작하시고, 여기까지 우리를 인도하신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셨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사도 바울과 같이 겸손하게 고백하는 찬양이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양춘길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