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마음 고되지만 하나님 기적 기대합니다”

입력 2020-08-06 00:01
제천 대덕교회 성도와 예장대신 충북노회 소속 목회자들이 지난 3일 수해를 입은 제천 봉양읍의 한 농기계 창고에서 침수된 고추건조기를 들어 올리고 있다. 대덕교회 제공

충북 제천 대덕교회 김상진(52) 목사는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주말 이후 손에서 삽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마을을 돌며 주민들 집 안까지 들이닥친 토사를 퍼내느라 시계 한 번 볼 새가 없다”고 전했다.

지난 2일 359㎜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제천 봉양읍은 충북 지역 내에서도 특히 피해가 컸다. 3일까지 집계된 피해만 주택 침수 60건, 산사태 51건, 시설물 파손 68건, 도로·교량 유실 23건, 농작물 침수 53건 등 255건이다.

김 목사의 사역지인 봉양읍 구곡3리에선 마을을 끼고 흐르는 제천천이 범람해 주택과 축사가 떠내려가고 산사태로 대피하던 한 주민이 물에 휩쓸렸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그가 보내 준 동영상 속 마을 모습은 참혹했다. 도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작물이 자라던 논밭은 경계가 사라진 채 토사에 파묻혔다. 김 목사는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 주민의 얘길 전하며 울먹였다.

빗물과 토사로 차량이 매몰되고 부산물이 쌓여 있는 봉양읍의 한 주택. 대덕교회 제공



“마을 전체라 해봐야 58호가 전부여서 어느 집에서 논 몇 마지기 경작하는지, 소 몇 마리 키우는지 알 만큼 가족 같지요. 교인 비교인 할 것 없이 다 식구나 다름없고요. 노씨네는 부부가 남의 손 안 빌리고 정말 부지런히 오이 감자 농사짓던 가정이었어요. 산사태가 터지면서 집은 무너졌고 5마리 키우던 소는 1마리만 남고 사라졌더라고요. 내년에 씨감자로 팔겠다며 180상자 분량을 저온저장고에 넣어뒀다고 했는데 그마저….”

산사태와 물난리를 피해 주민 30명이 교회를 찾아오면서 예배당은 임시대피소가 됐다. 폭우가 쏟아지던 2일 새벽, 아들 내외와 손자를 데리고 가까스로 집을 탈출한 오순복(66) 권사는 교회에 머물며 비가 그칠 때마다 집에 들러 건질 수 있는 물건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오 권사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지만, 교회가 안식처가 돼주고 목사님이 수고해주셔서 버텨낸다”고 말했다.

속절없이 계속되는 비 때문에 우비와 장화는 김 목사와 한몸이 됐다. 김 목사는 “집 안에 성인 허리 높이까지 차 있는 토사를 연신 퍼내다 보면 빗물 흙탕물 땀이 뒤엉켜 온몸을 적신다”며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몸은 고되지만, 어려울 때 달려와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 눈물겹도록 감사하다”고 전했다.

3~4일엔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충북노회(노회장 이문수 목사) 목회자들이 수해 입은 주민들을 찾아가 복구에 힘을 보태고 닭 500마리와 부침개를 준비해 이웃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은 성금과 각종 생필품으로 구성된 구호키트(600만원 상당)를 보내왔다. 인근 군부대의 대민지원도 큰 힘이 돼주고 있다.

김 목사는 “대형 장비들은 도로 복구와 하천의 물길을 잡는 데 투입되기 때문에 고령의 주민들에겐 집 안 복구를 도울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하다”며 “도적같이 찾아온 수마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할퀴었지만, 위기의 때를 예비하신 하나님의 기적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