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 정책 필요하다

입력 2020-08-06 04:01
정부가 4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13만2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야심 차게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시작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핵심은 공공임대주택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님비(NIMBY)현상’(Not In My Back Yard·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 때문이다. 대부분이 공공임대주택 형태로 공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택공급 용지로 지목된 서울 노원구와 마포구, 경기도 과천시 등에선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해당 지역구 여당 의원들조차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려주는 대신 늘어난 주택 일부를 기부채납하고, 이 가운데 50% 이상을 장기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재건축단지가 호응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개발이익의 90% 이상을 환수하겠다고 밝히면서 더구나 상당 부분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채우겠다고 하니 어느 재건축단지가 선뜻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공급 대책은 고육지책이다. 가능하면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공급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특히 투기를 방지하고 불로소득을 없애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대책이 어떻게 효율성을 갖도록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 주민뿐 아니라 재건축단지나 지방자치단체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인책 등 보완대책이 있어야 한다.

먼저 근본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은 국민 주거 안정에 크게 이바지했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측면에서 만들어진 ‘질 나쁜 주택’이란 인식이 강하다. 통상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빈곤층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어 같은 단지 내에서도 기피하고 인근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따라서 저소득층뿐 아니라 일반인들 누구도 공공임대주택에 기꺼이 들어가 살고 싶어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의 주택 품질을 민간주택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공급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주택 크기나 모양 등을 다양화함으로써 수요자들의 선택 폭도 넓혀야 한다고 덧붙인다. 공공임대주택이 취약계층이 아닌 국민 전반의 주거 안전망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도록 당국의 적극적인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