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 세종분원 땅 찾기?… 국회 세종회의장 7년째 먼지만

입력 2020-08-06 04:03
정부세종청사 2동 4층에 위치한 ‘국회세종청사 회의장’ 내부. 사실상 국회 분원 용도로 총 5억4600만원을 들여 2013년 10월 설치된 공간이지만 최근 3년 동안 회의장으로 활용된 일수는 나흘이 전부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정부세종청사 2동에 가면 1년 내내 잠겨 있는 공간이 있다. 4층 공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큰 공간 앞에는 ‘국회세종청사 회의장’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이 공간은 2013년 10월 국회 요구로 정부세종청사 안에 설치됐다. 236㎡짜리 회의장과 소회의실(85㎡), 보좌관실(87㎡), 위원실(124㎡), 위원장실(72㎡) 등 모두 820㎡(248평)에 이른다. 시설 설치비용으로 5억4600만원이 들었다.


회의장이 개장된 직후 강창희 당시 국회의장은 이곳을 방문해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회의장을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 분원 역할이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2년여 동안 이 회의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 용도로 단 한 번 활용됐다. 5일 미래통합당 윤창현 의원이 정부세종청사관리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공간은 나흘 활용된 게 전부다. 개장 이후로 봐도 7년 동안 쓰인 날이 36일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도 대부분 국회예산정책처 직원들이 사용했고, 국회의원들이 세종 회의장으로 내려온 건 10번을 넘지 않았다.

회의장이 텅 비어 있는 동안 같은 동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간이 부족해 매월 2000만원가량 임대료를 주면서 청사 밖 민간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공정위는 2017년 기업집단국을 신설했지만 청사에 입주할 자리가 없었다. 정부청사관리소에 문의했지만 “청사 내 빈 자리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지금까지 나간 임대료만 수억원. 텅 비어 있는 국회 회의장을 이용했다면 아낄 수 있는 국민 혈세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국회 분원 설치한다고 세종 땅 보러 다니지 말고, 있는 시설이나 제대로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청사관리소 측은 “국회 요구로 만들어진 공간인데 사용하지 않는다고 국회에 방을 빼달라고 할 위치가 안 된다”면서 “국회가 알아서 자리를 비워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