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부동산, 우리에겐 남의 나라 얘기예요”

입력 2020-08-06 04:06

“수도권으로만 사람과 돈이 몰리는 현상을 바꾸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는 영원히 해결이 안 된다.” “부동산 대책이 연일 쏟아지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다.” 지난주 부산에서 ‘영남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다’ 주제로 열린 국민일보 주최 ‘2020 영남미래포럼’은 수도권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권영진 대구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 영남 5개 광역단체장은 수도권 집중화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국가 구조 대개조 방안까지 나왔을 정도다. 포럼 후 영남미래발전 실무협의회를 전격 구성한 이들은 5일 경남도청에 다시 모여 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벌였다.

국토균형발전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도권 집중 문제는 1960년대부터 대두됐다. 64년 대도시 인구집중방지책, 69년 수도권 인구집중억제방안, 75년 서울인구분산계획, 200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등 수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동산 가격이 연일 폭등하자 여당을 중심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를 두고 야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균형발전은 더는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진영 논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통계청이 내놓은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인구가 2596만명으로 비수도권 인구(2582만명)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통계청이 보유한 70년 이후 인구통계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서는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져 50년 뒤엔 약 200만명 수준까지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비수도권 인구의 수도권 이동 현상은 수십년간 이어져 왔지만 2010년대 들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다소 주춤하다가 2017년부터 재시동이 걸렸다. 지방 이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여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각종 양극화를 초래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국민대차대조표 결과(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3개 시·도(서울 인천 경기)의 토지 자산은 총 4678조원으로 56.9%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7년 말(56.6%)보다 0.3% 포인트 오른 것이다. 수도권 토지 자산 비중이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0년(61.7%) 이후 처음이다. 반면 비수도권 14개 시·도의 토지 자산은 3548조원으로 전국 토지 자산의 43.1%를 차지했다. 서울의 표준지 평균 공시지가는 1㎡당 592만원으로 2위 인천(59만원), 3위 부산(58만원)보다 무려 10배나 높다. 서울 강남-비강남권 아파트 1채당 차액은 9억2000여만원으로 28년 전(921만원)에 비해 무려 100배나 증가했다. ‘하나의 국토’ 속 ‘두 개의 국토’를 넘어 ‘하나의 도시’에서도 ‘두 개의 도시’로 돼 버릴 정도로 지역 불균형은 심각하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결국에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붕괴시킬 수 있다. 해답은 자명하다. 균형발전을 0순위의 국가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인류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고, 전 세계 인구의 60%가 도시 거주자다. 도시들이 크기와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도시의 공간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들과 그들의 거주자들 사이의 조화가 가장 중요해진다. 이러한 조화는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에 달려 있다.” 유엔 산하 기구인 해비타트(Habitat)가 제시한 조화로운 도시(Harmonious Cities)의 해법이다.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