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재개발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왔던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 잇따른 대책에도 치솟기만 하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잡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4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신규 택지를 발굴해 총 13만2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태릉 골프장, 용산 옛 미군기지 캠프킴, 정부 과천청사 일대 등에 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틀림없지만 의도대로 작동될지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온다.
당정은 생각보다 많은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며 자화자찬했지만 따져보면 서울권 단기 공급 가능 물량은 4만~5만 가구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수년씩 걸린다. 10만 가구 이상의 단기 공급이 나와야 한다는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용적률 상향, 재건축 재개발 등에 따른 주택 공급은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의 단기 과열이 반복되는 추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공 재건축으로 향후 5년간 5만 가구를 늘린다는 것이다. 용적률을 준주거지역 최고 수준인 500%까지 보장하고 층수는 기존 35층에서 최대 50층까지 허용한다. 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시행에 참여하고 증가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떼어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송파구 잠실 등 한강변 재건축 단지로선 솔깃한 제안이긴 하나 개발이익의 최대 90%까지 환수한다는 조건이 있어 선뜻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서울시의 의견이 판이하게 다른 것도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민간 재건축 규제를 안 풀면 실효성이 없다고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비판했다. 서울 재건축조합 중 공공 재건축을 찬성하는 곳이 전무한 상황이라 LH가 시행하는 공공 재건축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이번 발표로 정부가 서울에서 투자 가치가 있는 금싸라기 땅을 콕 찍어준 격이라고 분석한다. 규제를 풀었다가 강남 집값을 더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제기되는 각종 문제와 실효성 의문에 귀 기울여 투기 바람을 제어하고 미진한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 집 없는 서민을 위한 값싸고 질 좋은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의도가 부작용 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각계 의견을 수렴해 세밀하게 정책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사설] 공공 재건축, 주택 공급 확대에 효과 있겠나
입력 2020-08-0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