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정치를 하지도 말고 정치권에 휘둘리지도 말라

입력 2020-08-05 04:03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 “전체주의” 등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일단 권력형 비리 등 정권을 향한 일부 검찰 수사가 외압을 받는 상황에 대해 우회적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 오죽하면 이런 얘기까지 했겠느냐는 반응이다. 반면 여권이 장악한 현재의 국회 권력 등 문재인정부의 행태를 겨냥해 작심하고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이 경우 그의 발언은 상당히 정치적인 것이며,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정치권에서 그렇게 받아들이면 정치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독재’라는 말은 문재인정부를 비판해온 미래통합당이 최근 즐겨 쓰는 용어라서 더욱 그렇다. 윤 총장 발언에 통합당은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고 여권은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윤 총장은 최근 검찰 총수로서 조직을 추스르고 중요 수사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임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조용했다. 검찰 내부에서 극심한 상호 불신이 이어지고, 급기야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과 한동훈 검사장 간 육탄전까지 벌어지는 등 검찰 조직이 통째로 흔들려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두문불출하며 오히려 개인 이미지만 부각시켜 언제부턴가 그가 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윤석열 대망론’과 함께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각되면서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선 선호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말 많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함몰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윤 총장과 그의 핵심 측근인 한 검사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 여론전과 함께 정치적 행위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윤 총장 말처럼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갖고 엄정한 수사로 보여주면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검찰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집단이 된 모양새라 안타깝다. 검찰이 노골적으로 정치화하면 독립성을 인정받을 수 없고 수사도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더이상 정치를 하지도 말고 정치권에 휘둘리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