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예배 소리… 저렴한 마이크·스피커로도 충분

입력 2020-08-06 00:07

“마귀도 무섭지 않고 세상 어떤 일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교회 음향업자가 제일 무섭다”라는 연세 지긋하신 목사님의 말씀이 귓가에 계속 남아있다. 그렇다. 예배당 건축의 목표는 하나님께 찬양으로 영광 돌려 드리는 것과 말씀증거를 통해 성도의 믿음이 자라게 하는 것이다. 그 핵심 도구가 교회음향기기인데 이것이 말썽을 너무 많이 일으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특히 말씀증거할 때 어떤 교회 목회자는 메아리치는 소리로 인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고 하기도 하며 어떤 목회자는 왠지 모르게 목이 자주 쉬어 버려 설교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하울링 현상에 신경을 빼앗겨 말씀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또 성도들 처지에서는 고가의 음향기기를 설치했으나 앞쪽에 앉은 사람들은 소리가 너무 커서 귀 따가워하고 중층 위아래 있는 사람들은 소리가 너무 멀고 아득하게만 들린다. 억지로 애쓰며 귀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아 예배시간 내내 너무 힘들다. 듣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말하는 것이 이렇게 힘드니 어떻게 은혜가 생길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음향의 문제를 해결하려 음향업체를 만나면 기기 탓만 하고 있다. 먼저 진행한 업체의 잘잘못만 한껏 늘어놓는다. 결론은 대동소이하다. 이 장비들은 잘못 적용됐다, 그래서 업자가 추천한 장비로 바꿔서 시공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다. 다급한 마음에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금방 쓴다. 결국 교회는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결국 가장 무서운 사람은 음향업자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우리는 신축을 하든 리모델링을 하든 좋은 소리로 예배 드리고 싶어한다. 설교자가 원하는 음향, 성도들이 원하는 음향, 찬양단이 원하는 음향, 성가대가 원하는 음향, 방송실 섬김이가 원하는 음향 다 만족시켜야 비로소 끝이 난다.

지난 30년간 1000여곳 이상 교회 현장에서 음향을 실패한 곳의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다. 첫째는 예쁜 인테리어에만 집중하다 보니 잘못된 마감재를 선택한 경우다. 실패의 거의 80% 이상 원인이 이 부분이다. 인테리어는 소리를 담아놓는 그릇 역할을 한다. 따라서 흡음재 재료, 부착 위치 등이 중요하다. 이를 전문적으로 계산하고 배치하는 것이 어쿠스틱디자인(ACOUSTIC DESIGN)이다.

둘째는 너무 고급스럽고 예민한 마이크를 선택하고 너무 파워 넘치는 모니터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다. 결론적으로 귀가 예민한 설교자는 오히려 저렴한 마이크, 상대적으로 파워가 낮은 저렴한 모니터 스피커를 선택하는 게 낫다. 설교자 모니터링 환경은 사실 좋고 파워풀한 소리보다 하울링 없고 소리의 변화가 적어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만 되면 만족도가 높다. 하울링이 많은 이유는 예민한 고급 마이크, 파워 넘치는 모니터 스피커, 흡음이 안되는 마감재의 합작품이다.

셋째는 고가의 파워풀한 메인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다. 찬양은 풍성해질 수 있으나 단점도 많다. 그만큼 흡음재도 많이 써야 한다. 흡음이 충분하지 않으면 메아리 소리가 발생해 목회자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좋은 교회음향은 고가의 장비가 보장하지 않는다. 비싼 장비를 설치하면 그저 그때만 기분이 좋을 뿐이다. 장비가 좋아도 설교자의 특성, 교회 인테리어를 제대로 파악해 반영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이를 기본적으로 아는 음향 전문가, 목회자, 성도들이 함께 소통하고 연구하고 연합할 때 비로소 멋있는 음향이 연출되는 것이다.

좋은 교회음향이란 감동과 전율이 있는 성가대 찬양과 편안한 설교 환경, 그리고 성도들에게는 하나님이 나에게 직접 말씀하시는 것처럼 강력한 소리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은혜와 감격 넘치는 예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 평생의 염원이며 소명이다.

허재호 대표(사운드레이스·국민일보 교회건축 자문위원)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