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놓고 벌어진 일련의 과정에 대한 검찰총장의 답변이 아니겠는가.”
3일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는 자유민주주의” “이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발언하자 한 현직 부장검사는 이렇게 풀이했다. 검찰의 입장이 도외시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총장의 ‘절충형 특임검사’ 제안이 묵살됐던 ‘검·언 유착’ 의혹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놓고 상당한 작심발언이 이뤄졌다는 해석이었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이 행사 직후 언론에 전달한 윤 총장의 발언 전문은 검찰 구성원들에게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많은 이들은 “생각보다 강경한 발언에 놀랐다”고 반응했다. 신임 검사들의 신고식 일정이 확정됐을 때부터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의 발언 수위를 주목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응답한 지난달 9일 이후 처음으로 침묵을 깨는 일이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독직폭행 논란이 발생하며 여느 때보다 비난여론이 높은 시기이기도 했다.
눈길을 모은 ‘독재’ ‘진짜 민주주의’ 언급을 두고는 검찰 내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비리에 대해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면 ‘가짜 민주주의’이며, ‘법의 지배’가 무너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흔들림 없는 태도를 강조했다는 해석이었다. 다만 또 다른 한 부장검사는 “‘독재’ 이야기는 내부를 향해 꺼낸 말씀이 아닐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수사가 정치적으로 벌어진다는 우려가 담긴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많은 검찰 구성원들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발언 행간에도 의미가 있다고 봤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손을 뗀 상태지만, 윤 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향해 우회적으로 건넨 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윤 총장은 이 의혹이 제기된 배경까지도 형평성 있게 수사돼야 한다는 우려를 표했다가 ‘측근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었다.
검찰 관계자 다수는 윤 총장이 “선배들의 지도와 검찰의 결재 시스템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설득과 소통”이라고 한 데 공감을 표했다. 한때 대검 지휘에 응하지 않았던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을 염두에 둔 것은 물론, 자신을 ‘수명자’(受命者·명령을 받는 사람)로 지칭한 추 장관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달 8일 추 장관이 작성했다는 법무부 입장문의 초안에는 윤 총장이 수명자로 지칭돼 있었다.
윤 총장의 강경 발언을 우려하는 검찰 구성원도 없지 않았다. 한 부장검사는 “여권에서는 윤 총장을 눈엣가시로 보는데 총장의 발언들이 정치권을 향하는 것으로 비칠까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여권과 대척점에 서는 것이 조직 전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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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