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현산 주장 악의적… 아시아나 계약 무산 시 책임져야”

입력 2020-08-04 04:02

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 과정에서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재실사를 요구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해 ‘악의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거래 무산 시 계약금 포기를 비롯한 모든 법적 책임을 현산이 지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양측의 진실 공방에 이은 정면충돌로 성사 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 회장은 3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금호산업과 산은 측에서는 하등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계약 무산의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실무 답변자로서 “매각이 무산되면 현산이나 금호나 상대방 귀책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라 계약금 반환 소송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최대현 부행장의 대답과 결이 다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여러 번의 공문 내용이나 보도자료를 통한 현산의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었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도 있었다”며 “계약이 무산될 위험과 관련해서는 현산 측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계약이) 무산되더라도 현산에서 계약금 반환 소송은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겠다”며 “본인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게 맞다”고 재차 못 박았다.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서면을 통한 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거절하며 “만나서 협의하자”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최 부행장은 “재실사 요청은 통상적인 인수·합병(M&A) 절차에서 이런 경우가 없을 정도로 과도한 수준”이라며 “기본적으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현산은 최근 대규모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발행이 자신들 동의 없이 이뤄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해 왔다.

산은은 인수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절차가 아닌 인수를 전제로 한 재실사는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업환경 분석이나 재무구조 개선책 마련처럼 인수 후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대응을 위해서라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현산 측이 지난달 24일까지 인수계약 종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이달 11일까지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앞서 현산은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요구하는 것은 계약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라며 “계약해제권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부행장은 “수많은 M&A를 경험했지만 우리가 ‘당사자 면담’ 자체를 요구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현산 측이 계속 기본적인 대면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인수 진정성에 대한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무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산은 곧장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동안 현산의 재실사 요구는 계약금을 반환받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돼 왔다. 현산은 “재실사 제안은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됐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선행조건 충족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당사의 재실사 요구를 묵살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강창욱 이택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