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집권 4년 차인데, 부동산 문제 아직도 남 탓할 땐가

입력 2020-08-04 04:01
현 정권은 잘 되면 내 덕이고, 안 되면 남 탓인 게 마치 공식처럼 돼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3일 또다시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가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도 부동산 급등이 이전 정부 탓이라고 했었다. 정권을 잡은 지 3년3개월째인데 아직도 전 정권 탓을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설사 전 정권의 잘못이 있다고 해도 집권 4년 차에 접어들었으면 내 잘못으로 받아들이는 게 상식적인 태도일 것이다. 여당의 남 탓이 얼마나 이치에 안 맞았으면 범여권 인사인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조차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반발이 커지니 불만을 괜히 엉뚱한 데로 희생양을 삼아서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겠는가.

이전 정부 탓만 하기에는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부가 지난 3년간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전체 주택가격은 34% 올랐고,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했다. 그런데도 김현미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3년간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국민은행의 KB 주택가격 동향을, 정부는 한국감정원 자료를 근거로 계산한 것인데 KB쪽 자료가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실련은 한국감정원 자료에 근거하더라도 서울 아파트값 연간상승률은 이명박·박근혜정부(0.4%)보다 현 정부(4.7%)가 11.8배 더 높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없지만, 설사 그렇다 쳐도 이전보다 12배 가까이 급등하도록 내버려 둔 건 누구 탓인가.

여권이 전 정권 탓에서 벗어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온전히 인정해야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남 탓하기에 급급한 통계 자료와 진단으로는 계속 엉뚱한 처방을 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남 탓에 골몰하는 건 결국 야당에 잘못을 덮어씌우기 위한 정치적 행위인데, 지금은 그런 정치를 할 때가 아니라 ‘전세 난민’과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시급히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때다. 또 ‘월세가 뭐가 나쁘냐’는 식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여권 인사들의 발언도 중단돼야 한다. 그 역시 본질을 흐리려는 꼼수이자, ‘내 탓’ 하지 말라고 변명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