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 규제 강화 등 ‘사다리 걷어차기’식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자 국민들이 주택 구매에 대한 형평성과 공정성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공무원들이 다주택자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졌다. 수도권과 세종에 아파트 한 채씩 보유한 다주택자가 되는 ‘꽃길’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국민 혈세로 다주택 공무원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꽃마차’도 있다. 바로 공무원 통근버스다. 3일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권에서 세종으로 가는 아침 출근버스는 월요일에는 36대, 화~금요일에는 16대다. 경기·인천권에서 세종까지는 월요일에 28대,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17대가 운영된다. 수도권으로 가는 퇴근버스도 금요일에는 총 52대가 운행한다.
원래 공무원 통근버스는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 등이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주거지를 확보하지 못한 공무원들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종에 양질의 아파트가 늘었고, 특별공급으로 인한 주거 안정성도 높아져 통근버스 운영 취지는 사라졌다. 그런데도 통근버스는 별다른 폐지 논의 없이 여전히 운행 중이다.
매일 아침저녁 수도권에서 세종까지 통근버스가 무료로 운행되다 보니 공무원들은 굳이 세종에서 살지 않는다. 통근버스가 세종으로 오가야 하는 다주택 공무원들의 교통비 부담과 이동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있어 세종 실거주에 대한 필요성을 덜 느끼게 만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세종에서 특별공급으로 아파트를 얻은 공무원이라도 통근버스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국회 등 기관 추가 이전을 통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는 논의에 불이 붙었다. 만약 국회를 옮기더라도 종사자들이 여전히 수도권 생활을 영위하며 통근버스로 출퇴근한다면 ‘수도’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는 걸까. 행정수도 완성은 통근버스와 같은 수도권 중심의 행정편의 시스템부터 없애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