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정체된 교회를 맡아 13년간 15배의 부흥을 이끌었다. 청년 중심의 젊은 교회로 재편하면서 예배와 선교, 섬김에 집중했다.
이규호 큰은혜교회 목사를 최근 서울 관악구 교회에서 만났다. 이 목사는 “예배에 최선을 다하고 선교에 열중하는 게 결국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첩경”이라며 “교인 늘리겠다고 힘쓰기보다 예배와 선교에 집중하자 자연스럽게 성장이 따라왔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큰은혜교회에 부임한 건 2007년 7월 1일이었다. 교회의 기틀은 장세윤 원로목사가 닦았다. 장 목사는 22년 동안 사역하며 1000명 재적의 교회로 키웠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 목사는 교회가 이어온 전통을 배우고 이를 존중했다. 부임하자마자 교회가 해오던 사역의 방향을 순식간에 바꾸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부임 후 13년이 흘렀다. 그사이 교회는 재적 1만5000여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15배나 성장한 셈이다. 요즘 보기 드문 성장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까지 매주 장년 5500명, 교회학교 학생 1200명이 출석했다. 장년 중 27%인 1500명이 30세 이하의 청년들이다.
교회행정학에서는 개척한 뒤 30년이 지난 교회는 성장이 어렵다고 본다. 이 이론에 따르면 1955년 설립된 큰은혜교회는 성장이 멈췄어야 했지만, 이 목사는 교회 성장론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냈다.
부임 초기 이 목사는 지역조사를 했다. 서울대가 교회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고 주변에는 낡은 주택과 덕수·낙성대공원이 있었다. 아파트는 드문드문 있었다. 교회가 성장하기에는 입지적 한계가 컸다.
하지만 이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인구 중 25%가 기독교인인데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무려 75%가 비신자, 다시 말해 전도 대상”이라면서 “관악구 주민이 50만명 정도 되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니 37만5000명이 비신자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면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회상했다. 사고의 전환을 통해 전도의 황금어장을 찾은 것이다.
무엇보다 예배에 집중했고, 예배는 형식의 변화보다 본질을 회복하고 전통을 잇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 목사는 “유행하는 목회 프로그램을 도입해 예배의 외형을 바꾸는 건 성경적이지 않다”면서 “예배의 본질을 지키고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성경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심지어 예배 순서조차 바꾸지 않았다.
그는 “바뀐 게 없더라도 예배를 든든하게 세우고 나니 매 주일 드리는 예배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청량해졌다”면서 “오아시스에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것처럼 새신자들이 매주 쉬지 않고 교회 문턱을 넘어 새신자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청년부 예배 설교를 담임목사가 직접 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적지 않은 교회들이 청년부 담당 목사에게 설교를 맡기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그는 “청년들은 담임목사가 직접 말씀으로 양육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면서 “담임목사가 언제나 청년들을 만나 호흡하고 소통해야만 신앙의 멘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청년들에게는 강력한 헌신을 요구했다. 헌신은 청년을 성숙하게 만드는 열쇠였다.
이 목사는 “청년들에게 자꾸 뭔가 떠먹이기만 하면 제대로 된 교인이 되기 어렵다”면서 “청년 때부터 스스로 봉사하고 선교하며 헌신하는 경험을 해야 믿음 위에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임 초기부터 양육한 청년들이 이제는 교회의 허리로 자랐다”면서 “청년의 신앙을 키우고 이들이 훗날 교회에서 헌신하는 ‘신앙 양육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교회가 지속해서 성장한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인 예배를 고수하며 내실을 다진 교회는 사회적 책임도 감당하고 있다.
그는 “예수님께서는 오병이어 사건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인 무리를 보시고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시며 기적을 베푸셨다”며 “이처럼 교회도 이웃에게 영적인 필요뿐 아니라 삶의 필요를 공급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교회는 지역뿐 아니라 전국 교회까지 섬기고 있다. 지난 5월, 교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미자립교회와 농·어촌교회 400곳에 월세와 선교후원금을 전달했다.
주민들을 위해서는 ‘긴급구호뱅크’를 세웠다. 이 은행은 실직과 휴직, 가족의 사망이나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 놓인 이웃을 찾아 이들에게 긴급 자금 지원도 한다.
이 목사는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변형된 욕망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전을 세우기에 앞서 섬김이 우선입니다. 섬김의 목적은 섬김 그 자체이지 성장을 위한 도구가 돼선 안 되죠. 예수 그리스도도 ‘섬김이 곧 사역’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가르침의 본질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속에 건강한 성장의 비밀이 담겨 있지 않을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