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액수는 3000만원 이상, 사기·배임 피해액은 5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직접 수사가 가능토록 축소했다.”
당정청 협의 결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됐다는 사실을 접한 검찰 구성원들은 30일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다만 물밑에서는 일선 검사들을 중심으로 “액수만을 기준으로 검·경이 수사권을 나눠 갖는 게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직접수사 범위를 줄인 시행령이 상위법인 검찰청법의 한계를 넘어서서 위헌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검찰 간부는 다단계 범죄를 예로 들며 “같은 사건이 검·경에서 따로 수사될 혼란이 우려된다”고 했다. 예컨대 어느 대형 다단계 회사의 사기가 발생했을 때 10억원을 투자한 기업체 대표는 검찰에서 조사받지만 1억원을 투자한 자영업자는 경찰에서 조사받느냐는 의문이었다. 이 간부는 “평생 번 돈을 사기당한 서민이 검찰 수사를 강하게 희망할 경우 액수가 적으면 경찰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옳으냐”고 반문했다.
각종 액수가 수사권의 기준이 된다는 사실이 흘러나왔을 때 검찰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뇌물액이 3000만원을 넘어서거나 모자라게 되면 그때마다 검·경이 사건을 주고 받아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었다. 이를 고려한 협의 결과는 수사 ‘개시’ 단계에서의 액수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액수를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지역의 한 간부는 “개시 단계에서 뇌물이 3000만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면 바로 기소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중요 사건 수사에서 검·경 간 이견이 있을 때 의무화되는 ‘사전협의회’에 대해서도 검찰 구성원들은 환영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한 현직 검사장은 “쉴 틈 없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법인데, 이견마다 협의를 한다면 시간이 늦어지고 보안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현직 평검사는 “결국 경찰이 검찰 의견에 따르지 않을 명분을 제공하는 제도”라며 “협의 결과에 따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지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검찰 구성원들은 수사 대상을 한정하는 시행령이 상위법인 검찰청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청법상 검찰은 부패·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중요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데 이때는 공직자 직급 등이 따로 제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중요 사건 수사를 개시할 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하는 내용은 시행령에서 빠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침해 논란이 있어 제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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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