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8조 ‘호실적’에도… 이재용 “머뭇거릴 시간 없다”

입력 2020-07-31 04:0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온양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개발 상황을 점검하기에 앞서 반도체 생산 라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도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비대면산업 활성화로 메모리반도체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고, 각국의 소비 진작 정책이 생활가전 수요를 견인하면서 오히려 ‘코로나 특수’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앞서 “위기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실적발표일에도 온양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개발 로드맵 등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자”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2조9700억원, 영업이익은 8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6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3.48%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와중에 삼성전자가 ‘진짜 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가운데 특히 반도체(DS) 부문은 메모리 제품군에서 데이터센터와 PC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5조4300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DS부문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은 건 2018년 4분기(8조5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인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분기·반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신규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 출시에 따른 모바일·그래픽용 제품 판매 호조도 예상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과 업계 경쟁 심화 리스크도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최대 이슈는 흔들리고 있는 전통의 강자 인텔의 행보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익 기준으로 모두 세계 1위의 실적을 냈음에도 주가가 폭락했다. 칩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던 인텔이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반 중앙기억장치(CPU) 생산을 다른 파운드리 업체에 맡길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인텔의 외주 생산 확대 시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현재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향후 인텔이 삼성전자에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을 위탁할 여지는 남아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시설투자로 집행한 17조1000억원 중 14조7000억원을 반도체 사업에 쏟아부었다. 올해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간 극자외선(EUV) 공정을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에 이미 5나노 제품 양산에 착수했다.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대량양산 체제에 들어갈 것”이라며 “현재 4나노 1세대 공정 개발과 양산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 4나노 2세대 공정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