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간단하지 않다… “물량 보단 안전 최우선” 방침

입력 2020-07-31 00:03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방역 당국은 효과성·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무리하게 확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투약되는 만큼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내 개발이 예상되는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사의 백신도 추후 임상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역 당국의 백신·치료제 확보 방안은 투 트랙이다. 국내 개발과 해외제품 확보를 병행한다. 이를 위해 해외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지난 21일에는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SK바이오사이언스, 보건복지부가 3자 협력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모더나사가 개발 중인 mRNA 백신은 이르면 올 10~12월 중에 개발이 완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모더나는 3만여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3단계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의 접종 가격은 50~60달러(약 6만~7만2000원) 선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1인당 2회분 투약을 전제로 산정한 가격대다.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방역 당국은 모더나, 화이자 등이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물량확보 계획을 세우기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30일 브리핑에서 “최선을 다해 (백신 공급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아직까지는 3단계 임상이 이제 시작되는 단계라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물량 확보에 대한 부분이 구체화되기는 이른 시기인 것 같다”며 “백신의 안전성·효과성도 아직 검증이 안 돼 3단계 임상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한 국가들은 백신 물량 확보 준비에 보다 적극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사노피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 중인 백신이 상용화되면 6000만회 접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이 개발 중인 백신을 공급받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화이자 백신을 구입하기 위해 20억 달러(2조3800억원)를 내기로 합의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상해 3억개의 백신을 7억5000만 유로(1조527억원)에 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국가에 비해 한국이 백신 확보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결국 ‘안전성’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진화하려고 통상적인 기간보다 짧은 임상 기간을 거칠 경우 백신의 안전성을 바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00m 달리기를 하듯이 먼저 들어온 백신이 가장 안전하다는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에 효과성뿐 아니라 안전한가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개발된 백신이 다른 국가에서 접종되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백신의 효과가 어느 정도 유지될지도 중요한 변수다. 권 부본부장은 “백신의 플랫폼에 따라서 접종 시 방어력의 수준, 어느 정도 지속되는지, 만약에 지속이 되지 않는다면 기존에 일정 주기로 계속 접종해야 하는 인플루엔자와 같이 접종이 추가로 이뤄져야 하는지 현재로서는 연구 분석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