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 몸싸움 소식에 내부도 아연실색

입력 2020-07-30 04:0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깃발이 29일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날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을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형사1부장검사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거진 폭행 논란은 현재 검찰을 둘러싼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 현직 검사장은 “검찰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코미디 같은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되짚어 볼 특임검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29일 발생한 몸싸움은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형사1부장이 한동훈 검사장의 행동을 제지하려 움직이며 시작됐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정보를 삭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 부장의 물리력 행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에게 이미 변호인과의 통화를 허락한 상태였다. 통화를 하려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마지막 자리를 입력하려 할 때 한 검사장을 제지했다. 통화를 허락해 놓고 비밀번호 입력을 제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 압수수색 대상은 휴대전화 본체가 아닌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이었다. 유심에는 휴대전화 통신을 위한 개인정보, 주소록, 문자메시지 등이 저장된다. 휴대전화를 개인이 조작해 유심을 초기화하는 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검사장의 예전 휴대전화는 압수된 상태고 새 전화는 압수수색 대상도 아니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휴대전화 정보가 삭제되든 말든 애초 본체는 압수 대상이 아니었고, 유심은 현장에서 데이터를 삭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 측은 휴대전화 잠금해제를 시도한 게 어떻게 증거인멸 시도가 되느냐는 입장이다. 폭행 이후 저항 없이 바로 전화를 넘겼고 이후 수사팀 실무자도 상황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게 한 검사장 측 주장이다.


이번 사태는 정 부장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파악하려다 벌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정 부장은 지난 7일 내부망에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했다”는 글을 올렸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16일 한 검사장의 예전 휴대전화를 압수한 후에도 비밀번호가 잠겨 있어 포렌식을 못하고 있었다.

수사팀을 이끄는 정 부장이 직접 영장 집행에 나선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압수수색 때 부장검사가 현장을 직접 찾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검사장을 예우하기 위해 부장검사가 간 것이었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이번 수사를 놓고 수사팀 내부 이견이 있어 보인다는 해석도 재차 고개를 들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부장검사가 직접 가는 일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보고되는 사안”이라며 “간단한 압수수색인데 팀원을 못 믿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이렇게 큰 잡음을 낳은 수사는 없었다”는 개탄이 나온다. 이번 논란은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는 인권 수사 방침과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언 유착 수사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수사 독립성을 부여받은 상태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사장에게도 이렇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일반 국민들이 볼 때 어떻겠느냐”며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