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거진 폭행 논란은 현재 검찰을 둘러싼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 현직 검사장은 “검찰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코미디 같은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되짚어 볼 특임검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29일 발생한 몸싸움은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형사1부장이 한동훈 검사장의 행동을 제지하려 움직이며 시작됐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정보를 삭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 부장의 물리력 행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에게 이미 변호인과의 통화를 허락한 상태였다. 통화를 하려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마지막 자리를 입력하려 할 때 한 검사장을 제지했다. 통화를 허락해 놓고 비밀번호 입력을 제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 압수수색 대상은 휴대전화 본체가 아닌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이었다. 유심에는 휴대전화 통신을 위한 개인정보, 주소록, 문자메시지 등이 저장된다. 휴대전화를 개인이 조작해 유심을 초기화하는 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검사장의 예전 휴대전화는 압수된 상태고 새 전화는 압수수색 대상도 아니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휴대전화 정보가 삭제되든 말든 애초 본체는 압수 대상이 아니었고, 유심은 현장에서 데이터를 삭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 측은 휴대전화 잠금해제를 시도한 게 어떻게 증거인멸 시도가 되느냐는 입장이다. 폭행 이후 저항 없이 바로 전화를 넘겼고 이후 수사팀 실무자도 상황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게 한 검사장 측 주장이다.
이번 사태는 정 부장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파악하려다 벌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정 부장은 지난 7일 내부망에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했다”는 글을 올렸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16일 한 검사장의 예전 휴대전화를 압수한 후에도 비밀번호가 잠겨 있어 포렌식을 못하고 있었다.
수사팀을 이끄는 정 부장이 직접 영장 집행에 나선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압수수색 때 부장검사가 현장을 직접 찾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검사장을 예우하기 위해 부장검사가 간 것이었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이번 수사를 놓고 수사팀 내부 이견이 있어 보인다는 해석도 재차 고개를 들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부장검사가 직접 가는 일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보고되는 사안”이라며 “간단한 압수수색인데 팀원을 못 믿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이렇게 큰 잡음을 낳은 수사는 없었다”는 개탄이 나온다. 이번 논란은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는 인권 수사 방침과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언 유착 수사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수사 독립성을 부여받은 상태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사장에게도 이렇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일반 국민들이 볼 때 어떻겠느냐”며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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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나성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