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장관→차관급’ 법안 발의… 법무부·여당 잇단 ‘윤석열 힘빼기’

입력 2020-07-30 04:05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법무부와 여권의 ‘힘빼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가 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는 외부 위원회 권고를 검토하기 시작한 데 이어 여당 의원들은 장관급이던 총장을 차관급으로 대우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윤 총장 찍어내기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4명은 지난 28일 장관급인 총장을 차관급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간 총장이 장관급으로 대우받았지만 검찰청법 등에 명백한 근거가 없었고,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 다른 기관장들은 모두 차관급이라는 내용이 제안 이유였다. 김 의원 등은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제한되고, 경찰의 수사 권한이 넓어지는 만큼 검찰총장이 경찰청장보다 높은 지위를 인정받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총장이 검사 인사에 의견을 제시토록 한 부분이 삭제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의 대검·고검검사급 인사는 윤 총장과의 협의 없이 단행됐다는 논란에 휩싸였었다. 당시 추 장관이 검찰청법을 위반했다는 고발도 잇따랐다. 김 의원 등은 “검사와 외부 인사를 적절히 배치한 검찰인사위원회에 근거해 인사가 이뤄지므로 총장 의견을 듣는 추가 절차가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법안을 제안했다.

이 대목은 앞서 개혁위가 법무부에 권고했던 내용과 유사하다. 개혁위는 총장이 검사 인사 때 법무부 장관 대신 검찰인사위에 의견을 제시하는 식으로 검찰청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었다. 지난 1월 장관과 총장의 협의 없이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찰청법의 해당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앞으로 논란이 될 규정 자체를 없애라는 의미로도 풀이됐다.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찰의 ‘먼지털기식 수사’를 금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사를 다른 국가기관에 파견하지 못하게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등도 발의됐다. 이러한 입법 내용은 오래전부터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강조돼온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법무부·여권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윤 총장을 압박하는 입법 지원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개혁위는 언론을 통해 “총장 힘빼기는 결코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총장 지휘권 폐지, 법무부 장관의 고검장 직접 지휘 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김남수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법률가의 양심과 법조인의 상식적인 이성을 걸고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