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을 진행하던 교사가 학생의 위기 신호를 감지하면 화상 전화, 가정방문, 학생 학교출석 요구 등으로 안전을 확인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때문에 등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 아동·청소년 보호 체계에 구멍이 커지는 것에 대한 보완책이다. 교사와 학교가 학생의 위기 신호를 적기에 감지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의 정보 공유도 활성화된다.
교육부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내놨다. 지난 6월 ‘천안 9세 아동 사망사건’ ‘창녕 초등학생 학대사건’이 공분을 일으키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생활양식이 변화하면서 위기 아동·청소년 발견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먼저 위기학생 정보 공유가 활성화된다. 창녕 초등학생 학대 사건의 경우 거제시가 아동의 학대 사실을 알았으나 학교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학교는 학대 피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앞으로는 학대피해아동 정보와 학대 발생 우려가 있는 ‘위기의심아동 정보’를 학교에 주기적으로 제공키로 했다. 특히 유치원·어린이집에도 학대피해 아동 관련해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원격수업에서의 교사 역할도 강화된다. 교사는 학생과 대면하지 않아도 출결 상황, 과제 수행, 수업 태도 등에서 위기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정부는 교사들의 적극적 개입을 ‘권고’했다. 먼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종합해 학생의 위기 상황을 판단하게 된다. 위기 상황이 의심스러우면 일단 학생과 전화 통화를 시도한다.
음성 통화만으로 부족하면 화상 전화를 하고 필요하면 가정 방문이나 학교에 나오도록 출석을 요구하도록 했다. 교사가 학생 안전을 확인하지 못하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 조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기존 등교수업에서 학생이 무단결석해 안전이 확인되지 않을 때 학교의 대응 체계가 원격수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아동학대는 주로 신고의무가 없는 사람들을 통해 드러나 왔다. 정부 통계를 보면 전체 아동학대 신고자 중 비신고의무자(본인·이웃·친구)가 77%, 신고의무자(교사·의료인 등)가 23%였다. 미국·호주·일본 등 해외에서는 신고의무자 비율이 60~70% 수준이다.
정부는 또 민법에서 부모 등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민법에선 친권자가 양육자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된 이 조항을 두고 아동을 부모 소유물이나 훈육 대상으로 인식시킨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해 훈육을 빙자한 아동 학대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돼 왔다. 정부는 징계권 폐지 내용과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