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적절성 여부를 가릴 감사보고서 공개가 임박하면서 감사원이 정치권 공방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감사원은 다음달 중순 월성 1호기 관련 감사 결과를 확정하고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결정이 부적절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감사원 판단이 정당한지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논란은 감사원이 감사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불거졌다. 국회 요구에 따라 지난해 10월 개시한 감사는 법정시한을 6개월 가까이 넘겼음에도 종결되지 않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무려 감사위원회를 세 차례나 소집해 감사보고서 의결을 시도했는데도 끝내 실패하자 그 배경을 두고 각종 추측이 쏟아졌다.
감사원은 현재로선 감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감사원이 월성 1호기 폐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에 갈수록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위기감을 느낀 듯 최 원장의 성향과 배경을 문제 삼으며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다.
민주당에서 ‘감사원 때리기’에 총대를 멘 건 송갑석 의원이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감사원 감사를 받은 이들의 제보를 토대로 ‘짜맞추기’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송 의원은 29일 “감사원이 탈원전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산업부가 강압적으로 행정지도를 했고 한수원이 경제성 평가마저 왜곡해서 수행했다는 구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감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최 원장이) ‘너네들은 대통령이 시키면 무조건 다 하는 사람들이냐’는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최 원장까지 문제 삼을 경우 현 정부가 임명해놓고 흔든다는 프레임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있다”면서도 “이대로 뒀다간 감사원의 잘못된 행태로 현 정권의 에너지 정책 근간이 훼손될 것에 대한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감사원 내부에서는 정치권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과 일부 친여 성향 감사위원들 간에 알력 다툼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외부인 출신 감사위원들이 최 원장의 감사보고서 의결 시도를 번번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전직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외부 출신 감사위원을 전문성보다는 정부나 여당과 가까운 사람이냐를 따져서 보내는 것 같다”며 “친여 성향 감사위원들이 감사보고서를 보류한 것을 미뤄, 당초 보고서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헌법상 독립 기관인 감사원을 여당이 찍어 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통합당 법사위원은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검찰총장도, 감사원장도 갈아엎겠다는 게 무법천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이렇게 해서 월성1호기 감사 결과가 제대로 나오겠나. 최소한의 견제 장치도 사라진 현실에 나라가 어디로 갈지 두려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김나래 심희정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