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공공재냐 제약회사 상품이냐… 코로나 백신 가격 논란

입력 2020-07-30 00:19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에 자원한 한 시민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주 빙엄튼에서 백신을 투여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이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실제 접종 가격은 어느 정도 선에서 형성돼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본격화되고 있다. 백신을 팬데믹 사태에 맞선 인류의 공공재로 볼 것인지, 아니면 수익 창출을 위한 제약회사의 상품으로 취급할 것인지가 논란의 쟁점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인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는 백신 접종 가격을 50~60달러(약 6만~7만2000원) 선에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은 1인당 2회 접종하는 방식인데, 접종 1회당 25~30달러 수준의 가격이 매겨진 것이다.

FT는 이번 가격 책정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종적 가격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모더나가 우선 공급순위에 뒀던 미국과 고소득 국가들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경쟁업체인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백신 가격을 2회 접종 기준 39달러(약 4만7000원)로 책정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현재 백신 개발의 최종단계인 3상 임상시험을 세계 최대인 3만명 규모로 진행 중인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을 철저히 수익 창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스티븐 호지 모더나 사장은 지난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백신을 수익을 남기지 않는 실비로 팔지는 않겠다”며 영리사업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화이자 역시 최근 투자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매년 계절마다 수요가 발생하는 신종플루 백신 같은 수익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수의 제약회사들은 백신 대량 ‘입도선매’에 나선 부유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구매력이 낮은 개발도상국들은 백신 공급 과정에서 불평등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인류 공동의 문제라는 점에서 백신을 공공재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코로나19 백신 판매로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투자은행 SVC리링크에 따르면 네덜란드·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부와 사전 백신 공급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는 잠정 백신 가격을 회당 3~4달러(약 4000~5000원)로 책정했다.

한편 CNN방송은 이날 러시아 정부가 2주 이내에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보도해 주목된다.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연구소가 개발한 백신을 다음 달 10일 이전에 승인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는 게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러시아는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국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다만 러시아의 백신은 효능과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임상 단계별로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 2차 임상시험 단계인 러시아는 관련 데이터를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이형민 권지혜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