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출입문을 열자 문 앞에 새가 한 마리 떨어져 있다
어쩌다가……
조심스레 손으로 집어 드니 머리가 툭 떨군다
아직 몸에 온기가 남아있다
아 방금 숨이 멎었나 보다
안과 밖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 출입문 유리에 머리가 심하게 부딪쳤나? 보다
벌써 새의 영혼이 어디론가 날아갔는지 두 눈이 꼭 닫혀 있다
이제 안과 밖이 필요 없어졌나 보다
저 날렵한 몸과 깃털들을 벗어버린 새는 어떤 모습일까
저 허공중 어디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라고 누군가 말했다
보이지 않는 새 한 마리 내 안으로 날아 들어온 날 아침
새가 버린 새의 뻣뻣해진 몸을 나무 밑에 묻어준다
토닥토닥 흙을 덮어준다
새와 나의 경계가 없어졌다
이나명의 ‘조그만 호두나무상자’ 중
방금 숨이 멎은 새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있다. 시적 화자는 안과 밖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 문에 부딪쳐 새가 죽은 것으로 추정한다. 화자가 죽은 새를 위로하며 묻어주면서 생과 사, 하늘과 땅, 안과 밖을 구분짓는 경계 역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