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공수처법 이번 회기서 싹처리”… 독주 막을 수 없다

입력 2020-07-30 00:1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176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회기 중 법안 처리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 개혁 법안을 이번 주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30일과 다음 달 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 연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 독주에 불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제동을 걸 뾰족한 수단이 없어 무기력한 모습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와 관련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가 됐기 때문에 추가 논의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며 “신속한 입법으로 일하는 국회의 진면목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 부동산 관련 개정안 11개를 거침없이 처리했다. 법안 상정 뒤 일정 정도 시간을 두고 야당과 협의 과정을 거쳤던 과거 관행과 달리 소위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상임위 간사들 채팅방에 법안 처리 소식이 올라온 것을 본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은 “정말 이렇게 빨리 처리할 줄 몰랐다”며 “우리도 놀랐다”고 반응을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예고대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신속 처리했다.

민주당은 야당을 향한 공세 수위도 한층 높였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통합당도 부동산 과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2014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주도의 부동산 3법이 아파트·주택 시장 폭등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12·16 대책 후속 입법이 통과되지 못한 후유증이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났다”며 “시간 끌기와 회피로 일관하는 통합당의 여당 탓하기는 약자 코스프레, 발목잡기”라고 주장했다.

주호영(왼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오전 의원총회에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민주당의 이런 입법 드라이브에 통합당은 장외투쟁까지 검토하며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회민주주의는 물론 국민의 권리와 권익도 철저히 짓밟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여당이) 4월 총선 이후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이후부터는 안하무인, 오만불손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이 임대차 법안을 소관 상임위 개최 전에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안정보시스템 검색 결과를 보여주며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상임위를 거치지도 않고 대안 반영으로 폐기됐다”며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일당 독재를 하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이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국회 전체를 농락하고 기만하는 것에 대해 성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원내 독주에 저항,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장외투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진 의원들과의 비공개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장외투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원 밖에 야당이 생기게 마련인 건데 그건 상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횡포에 법안 같은 것도 심의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이렇게 해버리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제안했다.







김나래 이상헌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