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주님만이 소망입니다

입력 2020-07-31 00:08

코로나 19로 인해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 불리는 우울함과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절망할 상황이기도 하고, 감정의 절망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할 때에 ‘믿음이 좋은 사람도 절망에 빠질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960년대에 시카고대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쿼블러 로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의사로부터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할 수밖에 없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그 환자들이 겪게 될 심리적 변화에 대한 것입니다.

환자들은 처음에 의사의 오진을 의심하며 자신이 시한부 인생임을 부정하게 됩니다. 이어서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 나보다 악한 사람도 잘사는데”하면서 분노하게 됩니다. 다음 단계는 협상의 과정입니다. 흔히 ‘하나님께서 나의 병을 고쳐주시면 남은 인생을 목사나 선교사로 헌신하겠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깊은 영적 침체에 빠집니다. 일종의 우울증입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단계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바뀌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제자도 엄청난 절망 속에서 스스로 포기하는 심정으로 엠마오로 향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 사건과 그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나 소설의 결말처럼 예수님의 십자가와 죽으심은 큰 충격과 절망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제자들은 달랐습니다.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충격과 공포에 빠져 주님께서 부활하신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지난 3년간 직업도 버리고 가족을 뒤로 한 채, 오직 주님만 믿고 따랐는데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보고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요.

본문 21절에서 두 제자가 “우리는 이 사람이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라고 바랐노라”라고 고백할 만큼, 제자들은 예수님이라는 소망이 사라진 슬픔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제자들의 엠마오 가는 길은 실망과 좌절의 길입니다. 허무와 절망을 향해 가는 사람은, 이렇게 주님이 곁에 계셔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윽고 그들은 부활하신 주님으로부터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26절) 라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모든 구약성경에서 자신에 대해 기록된 것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고 나서, 함께 저녁 식탁에 마주 앉음으로 부활의 주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부활의 주님을 만나 본 큰 기쁨과 되살아난 소망을 동료들에게 전하기 위해 두 제자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이 시간 바로 이와 같은 주님의 마음을 우리 교회 공동체가 품고 살아가야 합니다. 어려움을 당한 이웃에게 가장 큰 치료제는 주변 사람들과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서로 싸우고 미워하는 일뿐입니다. 그러나 두 제자와 같이 부활의 주님을 만난 성도들은 더 겸손히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주님의 은혜로 절망의 발걸음을 이겨나갈 수 있는 복된 성도의 삶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노재왕 목사 (미국 샴페인-어바나한인교회 청년 담당)

◇샴페인-어바나 한인교회는 47년 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유학생들을 통해 세워진 교회입니다. 미국장로교 교단에 소속돼 있으며 ‘광야에서 땅끝까지’ 유학과 이민의 길을 걸어가는 주님의 자녀들을 평신도 선교사로 살리고 세우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일리노이주립대 인근에서 오랫동안 학원 목회를 해온 함종헌 목사가 담임이며 노재왕 목사는 청년 담당 사역자입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