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대구·경북 군공항, 시간이 없다

입력 2020-07-30 04:03

현장을 중요시하기로 소문난 이철우 경북지사는 최근 열흘 동안 군위군에 도지사 사무실을 차렸다. 여기로 출퇴근하고 집무를 보고 사람들을 만난다. 안락한 안동 도청신도시의 집무실을 마다하고 이곳에 사무실을 차린 건 바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때문이다.

대구의 군공항을 경북으로 이전하는 이 일의 운명이 곧 판가름난다. 국방부가 정한 유치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아예 유치 신청서를 외면하는 김영만 군위군수와 군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금 TK(대구·경북)는 백년대계가 걸린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 발표 이후 4년간 무수한 갈등과 협상을 반복해온 게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문제다. 31일이 지나면 TK의 공동번영으로 나아가든지, 거꾸로 사업무산으로 퇴보하든지가 결정된다.

지난 3일 국방부 선정위원회는 단독후보지인 군위군 우보가 이전부지로 부적합하다고 결론지었다. 군위군과 의성군의 공동후보지인 ‘군위 소보-의성 비안’에 한해서만 두 기초자치단체의 합의를 전제로 이전지로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한 달 정도 두 지역의 합의를 끌어낼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지만, 다급해진 건 군위가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인 대구시와 경북도였다. 대구와 경북은 군위군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사활을 걸고 모든 행정력을 쏟아왔다. 특히 이 지사는 군위 현장사무소에서 치열한 설득전도 벌였다.

최근엔 군위군의 대구 편입과 TK 공무원 연수시설 군위군 건설 등과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선뜻 제안했다. 지역 자치단체, 국회의원, 수많은 시민단체 등 지역 곳곳에서도 군위군을 찾아 호소했다. 28일엔 도포에 갓을 쓴 경북지역 유림 대표들까지 호소문을 전달했고,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군위군수와 군민들에게 큰절까지 올리며 읍소했다. 그러나 김 군수와 군위군은 요지부동이다. 아직도 ‘소보-비안’은 인정 못한다고 한다. 되레 여러 방법으로 자신들이 고수하는 ‘우보’안을 더 밀어붙일 태세다. 소송까지 불사하겠다지만, 이들의 주장대로 이뤄지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사업의 주체인 국방부가 “우보는 부적합하다”고 판정했는데, 이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 자료조차 군위군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이후 사업이 무산된 뒤 제3후보지를 선정할 때 우보를 재신청하겠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경북지역 국회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국방부 차관은 “신청이야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심사 때는 배제될 것”이라고 이미 못을 박았다. 군위군의 모든 시나리오는 막혀 있는 셈이다.

비난의 화살이 김 군수에게로 향하고 있지만, 그가 추진해온 공항 이전 노력도 인정받아야 할 점이 상당하다. 4년 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정책이 발표된 뒤, 모두 관망만 하고 있을 때 김 군수는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나섰었다. 김 군수의 이런 노력이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의 동력이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이 가진 걸 내려놓기 쉽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김 군수와 군위군민들이 이런 심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김 군수와 군민이 냉철해져야 하는 시점이다. 엄청난 인구 감소로 소멸까지 걱정하던 군위·의성이 경북의 중심으로 거듭날 기회가 하루 뒤면 눈앞에서 사라질 것이라서다.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일자리가 늘어나 젊은이가 넘쳐나는 군위·의성이 되느냐, 지금보다 뒤로 후퇴해 초라한 농촌지역으로 남느냐가 걸려 있어서다. 만약 공항 이전이 무산되면 모두가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다. 흘려온 땀과 희생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TK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군위군이 움직이길 바란다.

안동=김재산 사회2부 국장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