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프로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가 국내 K리그 팀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대회로 전락했다. AFC가 내놓은 일정이 K리그 일정과 심하게 상충하는 데다 현지 방역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각 구단은 선수들이 방역 우려로 대회 참가를 거부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AFC는 지난 27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G조와 H조 조별리그 경기를 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한다고 통보했다. 나머지 서아시아 지역 조별리그 경기는 카타르에서 진행된다. 연맹 관계자는 AFC가 자가격리 예외를 조건으로 경기 장소를 모집했다. 각국 방역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상황을 지켜본 뒤 8월 중순까지는 리그 일정 조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골머리를 썩이는 것은 일정이다. 기존 K리그 일정과 파이널 라운드를 앞두고 심하게 충돌할뿐더러 귀국 뒤 선수단이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조별리그 일정차 출국해 최장 16강전까지 치른다면 통과했을 시 돌아와서 자가격리 2주를 거친 뒤 또다시 8강전을 위해 출국해야 한다. 그 사이 리그 일정은 고스란히 미뤄진다. 자가격리 기간 훈련을 할 수도 없으니 몸 상태도 정상일 수가 없다.
현재로선 자가격리 대상에서 ACL 출전팀들이 제외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르면 자가격리 예외 대상은 외교나 공무, 혹은 계약이나 투자 등 중요한 사업상 목적, 혹은 학술적 목적이나 공익·인도적 목적 등으로 한정된다. 이마저 각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허가를 개별적으로 받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현재처럼 유지된다면 국제 스포츠 경기는 자가격리 예외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 역시 안전할지가 확실치 않다. 최근 일본 J리그에서 선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실제 사례가 발생한 상태다. AFC 발표대로라면 경기 장소 입국 시에 코로나19 검사를 한번 거치는 게 방역의 전부다. 코로나19 확진 사례 중 1차 검진에서 음성이 나왔다가 곧바로 실시한 2차 검진에서 양성이 나온 사례도 있다. 말레이시아의 일일 확진자 통계는 하루 10명 이내로 매우 저조하지만 이를 신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단순히 코로나19 검체 검사 한 번으로는 안전을 담보한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각 소속팀 국가에서부터 철저하게 방역 상태를 유지해 외부 노출을 없앤다든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기 중이나 라커룸에서도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감염 뒤 후유증이 남을 확률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구단들은 일단 대회 참가는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선수들 사이에서 거부자가 나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몸 자체가 자산인 선수들은 감염 후유증이라도 생긴다면 앞으로 선수로서의 생활까지 지장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감염 등 문제가 생긴다면 주최 측이 이를 어떻게 보상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정당한 사유인 만큼 구단에서 불이익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