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돌아가는 꼴이 정말 가관이다. 상임위원장 독식 문제로 대치하다 지난 16일 의원 임기 개시 47일 만에 겨우 정상화됐던 국회가 채 보름도 안 돼 다시 파행됐다. 오로지 176석의 수적 우세에만 기댄 오만한 여당은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야당을 철저히 배제한 채 독단적인 국회 운영에 들어갔다. 이에 반발한 야당은 개원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장외투쟁 운운하고 있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싸우는 국회’에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강행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상임위 안건은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찬반토론, 소위원회 심사·보고를 거치는 게 관례지만 관련 절차가 깡그리 무시됐다. 전날 기획재정·국토교통·행정안전위에서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세입자를 보호하려면 임대차 3법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군사작전 펼치듯 최소한의 토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건 매우 잘못된 처사다. 민주당은 지금의 행태가 독재 시절 거수기 여당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거대 여당으로서 야당에 더 양보하고, 의회 본연의 역할도 되새겨 서둘러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통합당도 애초부터 합리적 토론을 통한 법안 통과보다는 사사건건 물고 늘어져 처리를 지연시키겠다는 전략만 썼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이 되지 못한 채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오직 반대를 위한 발목잡기만 하다가 무기력한 야당이 된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번 여야 대치 과정에서는 국회의장의 존재감도 없었다. 여야가 대치하면 중재해서 원활한 국회 운영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요즘 박병석 의장의 역할은 거의 안 보인다. 싸움판 국회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적극 개입해야 할 것이다.
[사설] 독주하는 與, 무기력한 野, 역할 없는 국회의장
입력 2020-07-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