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앞으로 대선 공약이 될 정강정책 초안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갈취(extort)’라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관계를 훼손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우선주의’를 가장 먼저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공개한 민주당 정강정책 초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핵 위기 와중에 방위비 분담금을 극적으로 인상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을 갈취하려고 노력했다”는 비판이 담겼다.
민주당은 이어 “동맹들과 방위능력 강화와 공정한 분담 기여를 위해 협력하겠으나 결코 폭력단의 갈취 행위처럼 동맹을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책의 큰 줄기를 담은 정강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다듬어질 예정이다. 80여쪽 분량의 정강정책은 다음 달 중순 개최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민주당은 정강 초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미국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파트너들에게 맹공을 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주독미군 감축도 비난했다.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파트너를 폄하하고 동맹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신 일본, 한국, 호주를 포함해 역내 핵심 동맹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특히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동맹의 역할과 외교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동맹과 함께, 그리고 북한과의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호전성에 의해 제기된 위협을 제한하고 억제할 것”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라는 더 장기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공조하는 외교 캠페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북·미 정상 간 ‘톱다운’ 직접 대화 방식보다는 실무협상과 외교적 공조를 통해 북·미 합의를 추구하는 방식을 택할 것임을 시사한다.
민주당은 또 “우리는 북한 주민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인도주의적 원조를 지원하고 북한 정권에 엄청난 인권 침해를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 인권 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다룰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외교 관련 정강정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각종 국제 기구와 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했고, 동맹 관계 재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도 다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국 우선주의’ 종료는 다가올 업무의 시작일 뿐”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위한 미국의 리더십을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다만 중국 정책에 대해선 경제, 안보, 인권 측면에서 중국 정부를 일관되게 압박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