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대 축으로 하는 한국형 뉴딜 계획을 지난 14일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발표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1930년대 대공황처럼 대규모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제 2년이 채 남지 않은 집권 후반기 경제정책 중점이 포용에 대한 전념으로부터 혁신에 대한 강조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 해석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경제적 양극화 완화도 중요하지만 이러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꺼져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의 내용을 살펴보면 의문과 걱정이 생겨난다. 지난봄부터 시작된 대통령의 뉴딜 언급에 대한 기대를 실망으로 바꿀 수 있는 내용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디지털 뉴딜의 내용에서 나타난 디지털과 데이터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의 네 분야로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교육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를 제시한다. SOC 부분은 이미 기존의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에 포함됐던 내용이고, 교육과 산업에서의 비대면화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미 진행 중인 것을 가속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은 자연 첫 번째 분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데이터 댐이라는 새로운 용어와 데이터 레이블링이란 일자리 창출이다.
데이터는 우리 삶 구석구석에서 측정, 전환, 저장(클라우드)돼 가공과 분석을 통해 쓸모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전문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데이터를 수자원 관리하듯 물길을 막고 저장해(댐) 활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은 여전히 토건적 발상이다. 디지털 뉴딜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등장하는 데이터청 논의 역시 부처 간, 민관 간 데이터 협력과 활용을 위한 네트워크 활성화보다 더 나을 것이 있는가 의문이다. 데이터 레이블링 또한 엄밀히 보면 일자리라기보다 클릭워크라는 글로벌 플랫폼 노동 형태의 파트타임 저숙련 일감이다. 중국에서는 지방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인공지능을 훈련하고 주민 통제에 이용한다. 20년 전 외환위기 극복 차원에서 청년들이 문서를 스캔하고 전자화한 것이 전자정부에 기여했음은 분명하다.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정보 고속도로에 열중하던 때다. 하지만 지금 데이터 댐 건설과 이와 연계된 레이블링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둘째, 디지털 뉴딜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의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것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라 불리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다. 디지털 뉴딜은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이른바 기반사업이 중심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디지털 생태계는 민간 대기업들이 중심이 돼 기반을 닦고 주도하며 이끌어간다. 해외 거대 플랫폼 기업과 국내 대기업, 그리고 스타트업 간의 협력과 연계에 대한 구상과 노력 없이 디지털 뉴딜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간 플랫폼을 둘러싸고 벌어진 규제와 노동보호 등의 쟁점은 디지털 뉴딜과 무관할 수 없다. 정부가 기반을 잘 다지면 민간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서 혁신과 성장, 일자리 창출을 하면 된다는 생각은 산업화 시대에는 당연했겠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글로벌화된 디지털 생태계에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 뉴딜 초반에 나왔다가 중간에 빠져버린 스타트업 활성화 역시 이런 맥락에서 아쉬운 점이다. 그간 우리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특히 취약한 부분으로 많이 지적돼 왔던 것이 바로 혁신적 스타트업의 역할이다. 현재의 국내외 플랫폼 대기업 중에도 21세기 들어 등장한 스타트업이 많다. 이번 정부 들어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됐음에도 여전히 스타트업에 대한 체계적 정책적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디지털 뉴딜의 내용을 구성하는 정책들은 관급공사 수주에 가까운 나눠먹기가 돼버릴 우려가 있다. 한국의 디지털 미래 비전과 청사진에서 스타트업 역할이 빠진 것은 시대적으로도, 이번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