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상임위에서 부동산 3법(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법안 11개를 단독으로 처리했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8월 4일까지 입법 절차를 끝내겠다면서 일사천리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속수무책으로 법안 처리를 저지하지 못한 미래통합당 기재위원들은 “의회 민주주의는 오늘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에서는 국회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도 민주당 단독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날 각 상임위의 법안 처리 과정은 비슷했다. ‘민주당의 법안상정 주장→통합당 반발 후 퇴장→민주당 단독 처리’ 순으로 진행됐다. 기재위 전체회의에선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기재위에서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일종의 청와대 하명에 특정 법안만 지금 속전속결로 강행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기재위에 회부된 법안 234건 중 단 3건만을 상정해 논의하는 것은 국회 논의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고 항의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민주당은 통합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모두 퇴장한 뒤 부동산 3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기재위에서 처리된 부동산 3법은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에 대해 종부세율을 최대 6.0%까지 올리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 분양권도 주택 수에 포함하기 위한 것이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주택법 개정안 등 부동산대책 관련 법안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주택법 개정안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주택 거주자에게 5년 이내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이다. 이와 함께 처리된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은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통합당 간사 이헌승 의원은 “아직 법안심사 소위도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합당 의원들은 퇴장 후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역사상 이러한 일방적 의회 독재는 경험한 적이 없다”며 “청와대 하명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임대차 3법으로 발생하는 서민·무주택자의 피해와 시장 혼란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민주당 단독 처리가 진행됐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의 취득세율은 8%로, 3주택 이상은 12%로 상향하는 지방세법 개정안과 생애최초 주택 구입 시 취득세 50% 감면 혜택을 넓히는 지방세 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처리됐다. 통합당 의원들은 “국민적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나쁜 부동산법’의 날치기 상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일방 독주에 갈등이 고조되면서 예정됐던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단 만찬은 취소됐다. 당초 이날 저녁 국회의장 공관에서 박 의장 주재로 교섭단체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 겸 만찬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통합당이 불참 의사를 통보해 일정이 취소됐다. 민주당의 부동산 관련 법안 일방 처리에 반발, 불참 의사를 전한 것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불참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밥 먹을 기분이 나겠냐”고 반문했다. 통합당은 29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의 일방 독주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
이가현 김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