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장비에 월북 정황 찍혔는데… 정경두 “靑 전화 받고 알았다”

입력 2020-07-29 04:02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탈북민 월북 사건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 의장은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탈북민 김모(24)씨가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에 위치한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것으로 28일 파악됐다. 군의 실시간 감시장비에는 김씨의 월북 정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런데도 군은 이를 당시 포착하지 못했다.

특히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북한 방송이 나온 이후에 (월북 사실을) 확인하고 인지했다”고 인정했다. 정 장관은 청와대 전화를 받고 알았다고 했고, 합참의장은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강화읍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미정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정자로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4호다.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과하면 철책 밑을 가로질러 한강으로 나갈 수 있다. 북쪽에는 바로 황해도다. 김씨는 18일 새벽 2시20분쯤 택시를 타고 월곳리에 도착해 만조 시간대에 이 배수로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수로에는 철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김씨는 이를 어렵지 않게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배수로의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라며 “이를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배수로 탈출 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머리만 내놓고 떠서 갔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김씨가 왜소한 체격이어서 철망을 빠져나가기 더 쉬웠을 거라고 본다. 김씨의 신장은 163㎝, 몸무게는 54㎏이다.

김 실장은 또 “합참은 (김씨가)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감시장비에 월북 정황이 포착됐는데 이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것으로 경계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김씨가 월북한 지역은 해병 2사단이 경계를 맡고 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당시 경계를 섰던 부대원이 감시장비 녹화영상을 실시간 확인했는지, 경계를 매뉴얼대로 진행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문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의장은 “(김씨가) 물속에 목만 남기고 있어 하얀 점으로 (감시장비 화면에) 나와 식별하기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방위에서 “(북한이 월북 사실을 보도한) 26일 오전 7시~7시30분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전화를 받고 인지했다”고 말했다. 군내 지휘 체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청와대로부터 해당 사실을 처음 들었다는 얘기다. 박 의장도 “오전 7시에 뉴스를 보고 알게 됐고, 8시1분 작전본부장으로부터 관련 사안을 확인 중이라는 최초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전 6시 월북 사실을 보도했는데, 2시간 동안 군은 수뇌부 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 장관은 “백 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며 “모든 부분의 무한책임은 장관이 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도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