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한국 직격탄… “2100년 대구 면적이 사라진다”

입력 2020-07-29 00:14
대부분 낮 기온이 30도 이상 웃돌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지난달 22일 오후 목마른 비둘기가 인천시 남동구 중앙공원 음수대에서 수도꼭지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울에 부리를 가져다 대고 있다. 뉴시스

지구온난화 현상이 현재 추세로 계속되면 80년 후에는 강원도에서 감귤이 재배되고, 한반도에서 사과 재배지역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 수준으로 이어지면 21세기 말에는 한반도의 폭염일수가 3.5배 늘어날 전망이다.

기상청은 환경부와 공동으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28일 발간했다. 기상학계는 지구온난화가 현 추세로 이뤄지면 21세기 말 한국의 대기온도가 2.9~4.7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기온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상승하면 제주도 지역으로 국한된 감귤 재배지역이 21세기 후반엔 강원도까지 북상하는 반면 사과는 한반도에서 더 이상 재배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진다. 2080년대 소나무 숲은 현재보다 15% 줄어들고, 2090년에는 벚꽃을 현재보다 11.2일 먼저 보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여름과 겨울은 더 혹독해질 전망이다. 현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지면 폭염일수는 현재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 35.5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0년대 이후 봄철의 이상고온 현상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이고, 겨울철 극한저온 현상도 2000년대 이후 강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근 해수면은 2081년부터 2100년까지 평균 37.8~6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연안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대구시에 해당하는 국토(여의도 크기의 300배 면적)가 물에 잠기게 되는데,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2100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30㎝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온난화에 따라 감염병, 폭염질환 등도 증가할 전망이다. 기온이 1도 증가할 때마다 쓰쓰가무시증(4.27%) 말라리아(9.52~20.8%) 등 매개 감염병이 증가하고 살모넬라(47.8%) 장염비브리오(19.2%) 등으로 인한 식중독도 증가한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5% 증가한다. 해충 역시 개체수가 늘어나는데 이미 흰줄숲모기는 2016년에 비해 3.3배 개체수가 증가했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 노력으로 온난화 진행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2010년대(2011~2017년)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3도로 30년 전에 비해 0.8도나 높아진 상황이다. 한반도의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10년마다 각각 0.89일과 0.96일 증가하고 있다.

박태원 전남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폭염일수 증가뿐만 아니라 한파와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현상 증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영화 한국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은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전 지구적 온난화 현상에 책임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