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백곰’ 이후… 북 도발에 사거리, 탄두중량 늘려

입력 2020-07-29 04:08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비롯한 한반도 안보 환경을 고려해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 제한을 골자로 한 미사일 개발 지침을 개정해 왔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10월 처음 만들어졌다. 1978년 9월 우리 정부가 미사일 ‘백곰’ 시험발사에 성공한 후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개발 관련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돕는 조건으로 사거리를 180㎞로 제한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제한해 동북아시아 역내 군비 경쟁이 가열되는 것을 막겠다는 미국의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었다. 당시 소련은 백곰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한국의 핵 개발을 경고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미 미사일지침 첫 번째 개정은 22년 후인 2001년 1월 이뤄졌다. 한·미는 대북 군사대응 등을 감안해 미사일 사거리를 300㎞로, 탄두 중량을 500㎏ 미만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북한의 최북단인 함경북도 등을 타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은 1984년 사거리 300㎞의 스커드B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뒤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한·미 양국은 그러다 2012년 10월 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연장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300㎞로 제한됐던 사거리를 대폭 늘려 함경북도를 사정권에 두게 된 것이다. 북한이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사일지침 개정 관련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 결과였다.

아울러 한·미는 사거리를 줄이는 만큼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개념도 도입하기로 했다.

한·미는 2017년에는 세 번째로 미사일지침을 개정해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된 데 따른 결정이었다. 북한은 2017년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을 각각 시험발사했다. 또한 북한은 6차 핵실험을 실시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