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 족쇄를 푼 한·미 미사일지침(missile guideline) 개정의 핵심은 군의 정보·감시·정찰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군사력 향상, 한·미동맹 강화 등 안보적 의미 외에도 우주산업을 위한 토대 마련 등 산업적 의미도 크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강력한 군대를 갖췄음에도 50조원 국방예산에도 ‘눈과 귀’(정보·감시·정찰 능력)가 부족했다”며 “우린 아직도 군용 정찰위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 등을 갖고 있지만, 판독기능이 충분치 않고, 한반도 상공 순회 주기도 12시간이 돼 군사 효용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우주발사체에 액체연료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주입에 시간이 너무 걸려 군사용으로 적합하지 않고 가격도 고체연료의 10배나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풀리면 자체 개발한 고체연료 발사체로 저궤도 군사정찰 위성을 다수 발사할 수 있다. 고체엔진은 구조가 단순하고 추진력을 내기 쉽다. 구조가 단순하므로 개발 기간이 짧아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민간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고체엔진을 활용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인공위성도 더 자주 더 손쉽게 쏘아 올릴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국은 정찰위성을 쏠 수 있는 기술이 북한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뒤떨어져 있다”며 “정찰위성 기술을 공개적으로 시험발사도 하고 개발할 수 있는 길이 다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의 정보·감시·정찰 기능이 강화되면 전시작전권 환수나 한반도 평화, 한·미동맹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기대다. 김 차장은 “이번 개정은 67년 역사의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며 “한·미동맹 협력 무대가 우주라는 새로운 지평으로 본격 확장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지침 개정 작업은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김 차장이 나서서 미국 백악관과 청와대의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차장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카운터파트와 대면·전화 협상을 하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김 차장은 지침 개정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SMA)과 연동되느냐는 질문에 “(미국에) 반대급부를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는 협상할 때 반대급부 같은 것은 주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다양한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산업적 측면에서도 우주산업 도전의 길을 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성 등 탑재체 개발과 우주데이터 활용 등 산업 생태계를 구축, 미국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도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라 발사체의 주엔진은 액체, 보조엔진은 고체, 1단 엔진은 액체, 2단은 고체 등으로 발사 목적에 따라 다양한 설계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세계 로켓시장에서 일본 등과의 경쟁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일본은 고체연료 발사체와 관련한 제약을 받지 않아 꾸준히 고체연료 기술을 발전시키며 로켓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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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문동성 기자, 세종=이도경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