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20)는 무직이지만 자기 명의로 된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고가 부동산 소유주가 된 데는 부친과 큰아버지의 도움이 있었다. 바뀐 법에 따라 부동산 취득 시에는 자금 조달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A씨가 제출한 자금 조달 방식은 급여와 차입금이었다. 알고 보니 급여는 병원장인 부친 B씨의 병원에서 지출됐다. 일 한 적도 없이 급여를 받았다. 차입금의 출처도 미심쩍었다. 큰아버지에게서 빌렸다고 신고했는데, 출처를 따라가 보니 부친 B씨가 큰아버지에게 송금한 돈이었다. 증여세도 내지 않고 고가 부동산을 취득한 것이다. 세정 당국은 A씨에게 수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하기로 결정했다.
C씨의 생활은 호화롭다. 고가 아파트를 몇 채 소유하고 수시로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닌다. 부러워할 법한 생활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온갖 범법 행위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C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공사 전문업체의 일용 근로자 인건비를 부풀려 신고하고 차익을 자신의 주머니로 빼돌렸다. 해당 법인에서 근무한 적도 없는 가족의 인건비도 지출 항목에 넣었다. 수년간 뻥튀기한 인건비를 개인 목적으로 전용한 덕에 호화생활이 가능했던 것이다. 세정 당국의 조사 결과 C씨의 법인·소득세 등 탈루 세액만도 10억원이 넘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 속에서 부자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고가 부동산을 편법으로 증여하고 불법 취득한 돈으로 저택을 사들이는 일은 여전히 일상 다반사다. 부동산 정책이 변화하면 적합한 회피 수단을 물색할 뿐이다. 국세청이 다주택자 및 다주택 법인 등 413건의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28일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30, 40대가 중심에 서 있다. 법인 21곳을 제외한 392명의 조사 대상자 중 304명(77.6%)이 이에 속한다. 유형별로는 A씨처럼 편법 증여 등의 혐의가 있는 이들이 가장 많다. 213명에 달한다. C씨와 같은 탈세 혐의자는 100명 정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외 1인 주주 부동산 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동산 광풍에 편승한 사례가 국세청 감시망에 포착됐다.
국세청은 각종 사례를 토대로 다주택자의 탈세 혐의 추적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취득 자금을 빌려준 친인척 및 특수관계 법인까지 샅샅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정상 경로로 차입금을 조달했다고 해도 부채를 상환할 때까지 연 2회 점검한다는 원칙이다. 대리 변제의 경우 곧바로 세금 추징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에 보다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