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 등에서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임상시험이 시작돼 올 가을이면 백신의 대량 생산 가능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백신 가격의 대체적인 윤곽도 나왔다. 백신 공급을 주도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최고가를 40달러로 보고 협상하려 한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바이오 기업 모더나가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상 임상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백신 개발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오전 6시45분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첫 번째 백신이 투여됐다”면서 “모더나의 임상시험 결과는 11월이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코브(COVE)’로 명명된 모더나의 3상 임상시험은 3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미국 내 89개 지역에서 실시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 가운데 절반은 백신을 두 차례 접종받고, 나머지 절반은 소금물로 만든 가짜 약을 투여받는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의 백신 개발에 4억7200만 달러(약 5650억원)를 추가 지원했다. 미 정부는 올 초 모더나에 4억8300만 달러(약 5780억원)를 이미 지원한 상태다.
독일 기업 바이오엔테크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화이자도 이날 백신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화이자 역시 3만명을 대상으로 미국 39개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등 120여곳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화이자 측은 “3상 임상시험에 성공할 경우 이르면 10월 보건 당국의 승인을 거쳐 연말까지 5000만명분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화이자와 지난주 19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에 6억명분의 백신 인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군은 최소 150개에 달하며 그 가운데 20여개가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은 8월, 존슨앤드존슨즈의 백신은 9월에 각각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백신의 공급 가격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의 세스 버클리 최고경영자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백신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부국과 빈국을 나눠 두 가지 가격으로 협상하려 한다”면서 “일부 언론이 보도한 40달러는 고소득 국가를 위한 가격 범위 중 최고액에 해당한다. 정가가 아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선 전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에 위치한 후지필름 바이오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센터를 방문했다. 이 센터는 제약회사 노바백스가 개발한 백신 후보군의 1차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백신 후보군은 노바백스가 올가을 3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할 3상 임상시험에 사용된다.
임세정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