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점심시간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초반보다 많이 늘었지만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보였다. 커피를 마시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 직장인 안지현(42)씨는 “예전엔 점심 먹고 커피 마시면서 산책했다면, 이젠 산책하고 사무실에 들어갈 때 커피를 사 들고 간다”며 “마스크를 쓴 채 커피 마실 수도 없고, 눈치 보여서도 잘 안 들고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는 게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위생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상황 자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커피 트럭으로 3년 동안 장사를 해 온 김모(39)씨는 5개월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와 성동구를 오가며 넉넉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으로 장사를 해 왔던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트럭을 그저 세워 두고 있다. 지난달 초 1주일 정도 다시 나가봤지만 전과 같지 않았다. 김씨는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가 성수기라 혹시나 하고 나가봤는데 마스크 쓰고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만 넋 놓고 보다가 결국 접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일부 지역 노점 상권은 ‘전멸’ 수준이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중앙을 가로지르던 먹거리 노점상은 자취를 감췄다.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주된 소비층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활기를 도무지 찾기 힘든 모습이었다. 노점상 거리를 정비한 종로구에도 곳곳에 문 닫힌 상점들이 보였다.
서울 종로구의 한 지하철역 근처에서 핫도그 장사를 하던 장모(62)씨는 최근 품목을 삶은 옥수수로 바꿨다. 장씨는 “누가 요즘 길거리에서 뭐 들고 다니면서 먹으려고 해야 말이지”라며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손님들이) 싸 들고 가기에 좋은 옥수수를 삶아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안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다소 줄었다.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면서 손님도 직원도 ‘서로 눈치 보는’ 상황이 빚어지면서다. 학원가 편의점들에선 눈에 띄게 감소했고, 오피스가에서도 전보다 줄어든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가 자리 잡으면서 서서히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한창 안 좋을 때는 편의점에 온 손님들이 계산이 끝나면 빠르게 나가곤 했다”며 “코로나 유행이 길어지면서 익숙해진 것인지 손님들이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학교 개학이 정상화되면 또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