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쇼팽이 이 시대 녹음실을 방문하면 어떤 음악을 선보일까. 고전음악계 대가들을 우리 작업실에 초대한다면 그들과 음악적으로 어떤 교류를 할 수 있을까.’
믿음 안에서 20년간 교제해 온 37살 동갑내기인 두 명의 크리스천 음악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고민하고 상상했던 이 질문에 답하기로 했다.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바리톤 고진엽씨와 작곡가 이우씨는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꾸준히 협력해 온 동역자다. 이들은 최근 ‘모노클래즘(MonoClas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노클래즘은 클래식에 집중한다는 뜻으로, 고전주의 음악을 현대적 음악으로 재해석해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27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씨는 “화려한 비트와 전자음이 난무하고 개념조차 명확히 잡히지 못한 채 ‘크로스오버’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퇴색한 작금의 음악계에 고전음악에 담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노클래즘의 첫 번째 앨범 ‘레알리제’는 프랑스어로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앨범은 독일 낭만주의풍의 연가곡을 재해석한 것으로 고풍스러운 피아노 소리만으로도 폭넓고 깊이 있는 울림을 준다.
모노클래즘은 단순히 고전주의 음악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현대적 음악으로 되살리는 작업이다. 이런 이유로 음악가들이 살았던 배경을 공감하고 찾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두 번째 음반은 슈베르트의 대표작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작업했다. 고씨는 “당시 20대로 빚에 허덕이고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슈베르트의 심정을 생각하면서 현재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음반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다룰 예정이다.
목회자 자녀인 고씨와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한 이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예술활동이 위축됐지만,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잘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고씨는 “모노클래즘 프로젝트를 통해 클래식의 매력에 다시 빠졌고 음악가로서의 초심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