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린 ‘우주발사체’… 군사위성 언제든 쏜다

입력 2020-07-29 04:01

한·미 당국이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통해 한국의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다. 우주발사체를 개발·생산하는 과정에 놓여 있던 제한 규정이 풀린 것으로, 정부가 자체 군사정찰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언블링킹 아이’(unblinking eye·깜빡이지 않는 눈)를 만들 기회를 마련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7월 28일 오늘부터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2020년 한·미 미사일지침을 개정 채택한다”며 “28일부터 대한민국 모든 기업과 연구소, 대한민국 국적 모든 개인은 기존의 액체연료뿐 아니라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발사체를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연구·개발하고 생산·보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기존 한·미 미사일지침은 우주발사체 추진력을 ‘100만 파운드·초’로 제한해 왔다. 100만 파운드·초는 500㎏을 300㎞ 이상 운반할 때 필요한 단위로, 발사체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5000만~6000만 파운드·초가 필요하다. 그동안 미사일지침은 우주발사체에 필요한 총에너지의 60분의 1 수준만 사용하도록 제한한 것으로 사실상 의미 있는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이 불가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가안보실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접촉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9개월간 한·미 간 집중 협의 끝에 미사일지침 개정에 합의했다.

김 차장은 “이번 개정은 우리 군의 정보 감시 정찰(ISR)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우리가 자체 개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활용한 저궤도 군사정찰위성을 언제 어디서든 우리 필요에 따라 우리 손으로 쏘아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우수한 판독 능력을 갖춘 군사위성을 보유하게 될 경우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지켜볼 수 있게 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3일 국방과학연구소를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군은 세계에서 10번째로 군사전용 통신위성을 보유하게 됐다. 조만간 우리 기술로 군사정보 정찰위성까지 보유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차장은 주변국이 반발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주변국은 정찰위성이 수십개지만 우리는 제로”라며 “주권국가로서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인공위성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우주발사체 연료 제한 해제와 별도로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800㎞로 제한된 것에 대해서도 언제든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800㎞ 사거리 제한은 일단 유지된다. 이번에는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가 더 급하다고 판단했다”며 “800㎞ 사거리 제한을 푸는 문제는 결국 인 듀 타임(in due time·머지않아 때가 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