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구난방 공공기관 이전 논의 자제하라

입력 2020-07-29 04:03
수도 이전과 관련해 여권에서 중구난방으로 얘기들이 쏟아져 나와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박주민 최고위원은 27일 방송에 출연해 “변호사들은 1년에 대법원을 한두 번도 가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서면으로 업무를 보기에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헌재는 광주, 대법원은 대구로 이전하는 등 지역에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검찰청도 수사 부분이 더 축소될 것이기 때문에 굳이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은 청와대와 국회뿐 아니라 대법원, 헌재까지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수도특별법을 마련해 당에 제출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천도론을 제안한 이후 여당 내에서는 백가쟁명식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서울대 KBS EBS 이전 검토 보도에 이어 한국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내려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자 여당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부인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 이전은 대한민국의 장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수도권 과밀화와 이에 따른 부동산 환경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국가경쟁력 손실이란 역기능도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이슈다. 비단 우리 내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연계된 사안이기도 하다. 수도를 옮기거나 둘로 나눌 경우 기능을 어떻게 배분하는 게 한국의 미래를 위해 최적인지 신중하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마치 일반 가정 이사하듯 가볍게 공공기관 이전을 들먹이는 태도는 가당치 않다. 선거를 의식한 군불 때기 식 주장이 난무하면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잠식할 뿐이다. 자중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