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이 정보 넘기면 어카지?”… 술렁이는 탈북민 사회

입력 2020-07-29 04:05

김포에 거주하던 탈북민 김모(24)씨가 재입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씨와 알고 지내던 탈북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가 북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북에 남아 있는 자신들의 가족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씨와 수년간 친구로 지내온 A씨는 지난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SNS의 개인정보나 김씨와 연관된 기록을 모두 삭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김씨가 북한 당국에 탈북민 정보를 넘기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김씨의 월북 소식을 전하며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했던 ‘개성아낙’ 운영자 김진아씨도 불안감을 내비쳤다.

김씨 지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다. A씨에 따르면 북한에선 ‘행방불명자’가 탈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가족이 감시를 받게 된다. 가족들이 집중감시 대상이 되면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연락하기 어려워지고 자칫 발각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2006년 탈북했다가 2012년 재입북한 박인숙씨 사건 때도 박씨가 살았던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박씨는 탈북 후 탈북민 할머니들과 수년간 친구로 지냈는데, 박씨가 재입북하자 친하게 지냈던 할머니들은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했다. 박씨가 살았던 동네에 거주했던 한 탈북민은 “당시엔 또 누가 월북할지 몰라 한동안 동네 주민들끼리도 속을 터놓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러한 탓에 아예 김씨의 지인임을 부인하는 탈북민도 적지 않다. 국민일보가 접촉한 7명의 김씨 지인은 “(김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잘라 말했다. A씨는 “신변에 위험이 생길 수 있으니 지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 또한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비난의 화살이 탈북민 사회로 향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이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범죄 의혹까지 얽힌 탓에 ‘탈북민은 범죄자’ ‘잘못하면 남북을 넘나드는 사람들’이란 식의 낙인이 찍힐 수 있다”며 “이제 막 정착하는 이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도발 등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탈북민과 북한 정권을 동일시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며 “탈북민도 세금을 내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북민 출신 이윤걸 박사는 “3만4000여명의 탈북민 중 공식적으로는 10여명이 월북을 했는데 소수의 일탈을 전체화하는 건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