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집사님으로부터 성경 필사 요청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났다. 결국, 난 기도의 힘 덕에 집사님이 원하는 글씨 크기로 작업한 성경 필사본을 전달할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집사님조차도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신 분이 아닌가 싶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신명기 28장 1절)
그 뒤로 난 자녀들에게 훈계할 일이 생기면 종종 성경 신명기를 읽을 것을 권한다. 안방 한쪽 벽면에 신명기 말씀이 써진 걸 소리 내어 읽으며 반성하게 시킨다. 또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가 작품을 의뢰하면 꼭 작품과 작업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한다. 나도 작업을 할 때 종종 찬양을 들으며 힘을 얻는다. 찬양은 내 작품에 힘을 실어준다. 내 작품 속 형상이 마치 움직이듯 춤을 추고 도약하는 느낌이라서 좋다.
전주에 머물 때 만 해도 우리 가족은 집 근처에 있는 성당엘 다녔다. 서울로 올라와 대방동에 정착했는데 집과 가까운 곳에 성당이 없었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 화가 원두희 집사와 그 동생이 재건동산교회에 같이 나가자고 했다. 교회 갈 때 우리 집 앞을 지나가니 차를 태워주겠다고도 했다. 그렇게 난 다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회사에 다니며 힘이 들었던지 교회에 나가는 걸 어려워하고 쉽게 정을 붙이지 못했다. 한동안 나 홀로 원 집사 가족들과 교회를 다녔다. 1년 정도 아내를 전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경질만 낼 뿐이었다. 이후 1년간 별말 없이 그저 아내를 위해 기도만 했다. 그러자 아내가 먼저 교회에 한번 같이 나가보자고 말했다. 그때 난 남이 해주는 기도뿐 아니라 내가 하는 기도도 응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기했다.
그 무렵 난 전주에 살던 처형도 전도했다. 처형은 내가 여태명 교수께 수업을 받기 위해 내려가면 손수 내 머리까지 감겨줄 정도로 사람은 좋았지만, 워낙 개성이 강했다. 교회를 다니라며 전도도 해봤지만 절대 믿으려 하지 않았다. 당시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 아내가 경제활동을 해야만 했다. 아내는 한 달에 한두 번 수업을 듣기 위해 전주로 내려가는 날 위해 기차역에서 배웅만 해줬다. 난 홀로 기차를 타고 전주까지 내려갔다. 전주에 도착한 날 마중 나온 처형은 내가 돌아갈 때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다. 당시 난 성경을 많이 읽고 있던 때였기에 처형에게 틈틈이 성경 속 일화와 성경 인물 이야기를 들려줬다. 직접 교회 다녀보란 얘기는 안 하고 기도만 했는데 내 전도가 먹혔는지 처형도 결국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 또한 하나님의 예비하심이 아닐까.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