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오류 많은 문화재 보도

입력 2020-07-29 04:04

지난주 충남 태안 신진도 폐가에서 한시 여러 편이 발굴됐다. 주요 매체가 앞다퉈 보도했다. 반가운 마음에 읽어보았는데 당혹스러웠다. 동의할 수 없는 해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애당초 언론이 인용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보도자료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몇 가지만 지적한다.

첫째, ‘건물을 신축한 기념으로 잔치를 베푼다(聞新設開宴)’는 제목이다. 신진도에 수군 관청을 지었다는 증거란다. 그런데 시를 아무리 읽어봐도 건물을 지었다는 말은 없다. 처음으로 마을 잔치를 열었다는 내용뿐이다. ‘신설(新設)’이 반드시 신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처음으로 한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처음 열린 마을 잔치를 기념한 시다. 둘째, ‘군포를 내라는 조칙이 이미 이와 같은데, 홀연 지난밤 보리가 왔구나(布詔行令曾如此 忽然昨夜麥秋至)’라는 구절이다. 이곳에서 군포와 보리를 거두었다는 증거란다. 원문의 ‘포(布)’는 군포가 아니라 선포(宣布)한다는 뜻이다. ‘맥추(麥秋)’는 보리가 아니라 익은 보리를 거두어들이는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셋째, ‘어제 보리 짐 지고 동가를 출발해서, 오늘 찰보리가 서사에 도착했구나(昨時負來東家出 今日打麥羊西舍應)’라는 구절이다. 글자 판독의 오류에서 비롯된 오역이다. ‘맥양(麥羊)’은 ‘성(聲)’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어제는 동쪽 집에서 보리를 짊어지고 나오더니, 오늘은 서쪽 집에서 타작하는 소리로 응답하네’란 의미다. 추수철이라 집집이 바쁘다는 말이다. 역시 수군 관청과는 무관하다.

가장 심각한 오류는 ‘사람이 계수나무 꽃처럼 떨어지니(人間桂花落)’라는 자극적인 해석이다. 많은 언론이 이 부분을 부각했다. 원래 당나라 시인 왕유의 시구인데, 안흥량 앞바다에서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을 비유했단다. 근거는 없다. 뇌피셜이다. 사진을 보니 사이 간(間)이 아니라 한가할 한(閒)이다. 혼동하기 쉬운 글자다. 정확한 해석은 ‘사람은 한가한데 계수나무 꽃은 지네’이다. 왕유의 시구 그대로다. 그냥 가을 경치를 읊은 시다. 사람이 떨어지다니, 상상이 지나치다.

사소한 오류를 트집잡겠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자료 본연의 가치를 넘어선 자극적이고 과도한 해석으로 언론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원래 폐가의 벽지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온갖 폐지가 나오기 마련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썼는지 분명치 않다. 해당 건물의 용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삼기는 부족하다. 그런데도 무리한 주장을 펼친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문화재 발굴과 연구는 대중의 관심사가 아니다. 웬만큼 대단한 발굴이 아니고서야 언론은 주목하지 않는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으면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본연의 업무보다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보도자료에 과장이 섞이기 쉬운 이유가 이것이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공무원을 탓할 수는 없다. 공무원은 전문가 해석을 그대로 옮긴 잘못밖에 없다. 언론도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는 보도자료를 어떻게 일일이 검증하겠는가. 그렇지만 중립적인 전문가 한두 사람에게만 확인했어도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기 그지없다. 취재 역량이 부족한 인터넷 매체나 지역 신문은 그렇다 쳐도 유력 언론사조차 교차 검증 시도도 않고 받아쓰기에 그쳤다는 점은 문제다. 보도자료에 기초한 기사 작성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은 한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유튜브 방송이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이유는 검증을 생략한 채 뜬소문을 전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언론은 영향력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