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실시간 검색어에 ‘사흘’이 1위로 올랐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이 단어의 뜻을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달포’처럼 지금은 자주 쓰지 않는 말도 아니고 요즘도 흔히 쓰는 말인데, 어떻게 모를까 라는 생각에서였다. 문득 큰애가 어릴 적 겪은 일이 떠올랐다. 봄 점퍼를 산 후 처음 빨았는데 옷의 얼룩이 지워지지 않고 번져나가 다시 입기가 어려웠다. 혹시 몰라 옷을 샀던 곳으로 가져가 말을 해 보았더니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새 상품으로 바꿔주었다. 마침 아이 수업을 같이 듣던 지인이 옆에 있다가 큰애에게 웃으며 “너 오늘 수지맞은 줄 알아”라고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당황을 했다. 아이는 ‘맞다’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좋지 않은 뜻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단어의 뜻을 알려준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초등생인 둘째에게 들려주며 “수지맞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라고 물어보았더니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횡재를 하다 라는 뜻이에요”라고 대답을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너는 비슷한 경험 있었어?”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예전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교실에서 친구와 체스를 두던 중에 아이는 방금 옮겼던 말을 잘못 두었다고 생각해서 “한 수(手)만 물러줘”라고 말했다고 한다. 친구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뭐? 그게 무슨 뜻이야?”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던 아이는 “한 번만 뒤로 가게 해줘”라고 말했더니 친구가 이해하고 한 수 물러주었다고 한다.
누구나 어떤 단어의 뜻을 모를 수 있다. 나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 어원을 알면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뜻글자가 아닌 우리말은 발음만 들어서는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사흘’ 사건을 계기로 모르는 단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다.
문화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