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제왕적 검찰총장,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일 하고 있다”

입력 2020-07-28 04:0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추 장관은 야당 의원이 아들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소설 쓰시네”라고 말해 회의가 한동안 파행됐다(왼쪽). 승용차에 탑승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현재 검찰총장은 제왕적 검찰총장으로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한 목소리로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청법은 검사 각자가 독립된 세포로 권한을 행사하고 그렇게 수사의 중립성,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인데 현재 검찰총장은 본원적 권한자의 권한도 다 가지고 와서 지휘계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검찰총장이라기보다는 개개의 사건에 직접 개입하는 수사부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임 장관도 지적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검찰총장 입김이 관여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는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인적 구성이) 깜깜이라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며 “검찰총장이 일방적으로 위촉하고, 위촉한 위원에 대해서는 비공개하는 검찰 예규가 만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검찰청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 삭제를 골자로 하는 통합당의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추 장관에게 물었다. 추 장관은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임명받은 장관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입장에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다”며 “그래서 검찰청법 8조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추 장관은 또 “검찰 권한이 막강하다”며 “수사, 기소, 공소유지, 영장청구권까지 갖고 있어 견제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개원 후 야당 법사위원들이 처음 참여한 회의였지만 추 장관이 윤한홍 통합당 의원 질의 도중 “소설을 쓰시네”라고 비아냥대면서 파행을 겪었다. 윤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의 ‘황제탈영 의혹’과 고기영 법무부 차관 임명이 관련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추 장관이 “소설을 쓴다”고 쏘아붙이자 윤 의원은 “국회의원이 소설가냐”고 발끈했고, 추 장관은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맞받아쳤다.

여야 법사위원들 간에 고성으로 소란이 이어지자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40여분 후 재개된 회의에서 간사인 김도읍 통합당 의원은 “정중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추 장관은 “할 말이 없다”며 버텼다. 통합당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추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쯤 되면 추 장관의 인성을 거론해야 할 판”이라며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