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사건 지휘권 폐지”… 윤석열 힘빼기 가속도

입력 2020-07-28 04:03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27일 검찰총장의 사건 지휘권을 고등검찰청장에게 넘겨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다. 강제력은 없지만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의 힘을 빼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청법 개정도 필요해 실제 추진될 경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개혁위는 이날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분산 등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우선 ‘법무부 장관의 사건 지휘는 각 고검장에게 서면으로 한다’는 내용을 권고했다. 총장을 ‘패싱’하고 장관이 고검장을 직접 지휘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상 법무부 장관은 총장만을 지휘한다.

법 개정이 현실화되면 예를 들어 ‘검·언 유착’ 사건 국면에서 장관이 서울고검장을 지휘해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관여할 수도 있게 된다. 개혁위는 정치적 독립 보장을 위해 장관의 불기소 지휘는 금지하고 지휘도 서면으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총장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을 없애고 고검장에게 분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총장은 보이스피싱 단속 강화 등 일반 지휘만 하고 특정 사건의 영장 청구 등은 지휘하지 말라는 취지다.

이밖에 총장이 검찰인사위원회에 검사 인사 의견을 서면으로 내라는 개정안도 권고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은 지난 1월 검찰 인사 때 의견 제시 절차를 두고 충돌했었다. 총장을 검사 중에서 임명하는 관행을 개선하라는 권고도 담겼다.

이번 권고안에는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개혁위는 지난해 10월 2기 위원회 출범 당시 발표한 기조에 따랐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총장 지휘권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는 않았다.

그간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개혁위가 낸 권고안과 법무부 정책이 발을 맞추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현재 2기 개혁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인 지난해 9월 출범했다. 2기 개혁위는 승진 인사에서 형사·공판부 검사를 우대하라고 지난 5월 권고했다. 이는 추 장관의 정책 기조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 라인인 특수통 검사들을 배제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개혁위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긴급 권고안을 내기도 했었다. 개혁위는 지난 2일 윤 총장을 겨냥해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즉각 중단하라”는 권고를 냈다. 권고 직후 추 장관은 자문단 소집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지휘권을 발동했었다. 개혁위가 지휘권 발동에 명분을 쌓아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에서는 이번 권고는 총장직 폐지나 마찬가지라는 격한 반응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식물 총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총장 지휘를 없애면 오히려 독단적인 사건 처리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장관이 총장을 겸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관 지휘를 고검장이 버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개혁위가 정부 맞춤형 의견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