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개혁위 권고안, 허수아비 검찰총장 만들 셈인가

입력 2020-07-28 04:01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검찰개혁위)가 검찰총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개혁위는 27일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 보장,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및 분산, 검사 인사 시 검찰총장 의견청취 절차 개선, 검찰총장 임명 다양화 등 권고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일부 내용을 뺀 나머지 는 모두 검찰총장의 권한 축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개혁위는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지휘·감독 권한을 전국 고등검사장에게 분산시키면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고 선택·표적·과잉·별건 수사 등의 폐해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검사 인사 시스템도 검찰인사위원회를 통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면 균형 잡힌 인사가 가능하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현직 검찰 남성 고위 간부가 관행적으로 임명되는 검찰총장도 검찰청법을 근거로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로 15년 이상 재직한 인사 가운데 유능한 사람을 임명하면 검찰 조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거나 검찰 내부의 비위를 은폐·축소하는 ‘제 식구 감싸기’ 등의 폐단을 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언뜻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국민 입장에서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검찰총장의 지나친 권력 집중으로 인한 폐해가 많았던 만큼 견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에 이론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검찰총장을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 경우 오히려 고검장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 지휘를 받고 총장은 건너뛰는 기형적 구조가 생겨날 수 있다. 권력 외풍을 방지하기 위해 총장 임기제까지 보장한 것인데, 장관 인사 대상이자 임기도 보장되지 않은 고검장이 과연 권력의 외풍을 제어하며 수사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 정권과 사실상 대척점에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민감한 상황이어서 시기적으로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특히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자칫 권력 핵심과 관련된 수사 방어기제로 악용되거나 검찰 독립성을 지나치게 침해할 개연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권고안에 대해 검찰 내부는 물론 일반 국민도 상당한 우려를 제기하는 만큼 정부는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