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오르네, 미국보다 뜨겁다… 한국 개미들, 중국 주식 열풍

입력 2020-07-28 00:14
해외 주식 ‘직구’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달 들어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순매수액은 전년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주식시장이 활기를 띰에 따라 최근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 전면 개방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서 증시 부양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중국 주식 순매수액은 2억100만 달러(약 2405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2915만 달러) 대비 589%가량 급증한 수치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주식 순매수액 연간 상승률(219%)의 2배 이상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중국 주식 순매수를 대폭 늘린 배경에는 먼저 이달 초반 상해종합지수의 상승세가 있다.

상해종합지수는 지난달 30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특히 지난 6일에 5.71% 급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 투자자가 급속히 늘어난 가운데, 코스피가 보합권 등락을 거듭하고, 나스닥이 1만선을 유지하는 등 미국 증시도 오를 만큼 오르자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뒤늦게 뜨거워진 중국 증시에도 점차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미·중 외교 갈등이 격화되면서 지난 16일과 24일 상해종합지수는 각각 4.5%, 3.86% 급락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 갈등을 빚는 와중에도 자본시장 개방, 증시 부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중국 기업공개(IPO) 건수는 251건(555억 달러 상당)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나 늘어나면서 글로벌 IPO 비중이 43%로 상승했다. 중국 기업들의 직접금융 조달, 해외상장 기업의 홍콩과 본토 회귀 상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주식예탁증권(ADR) 감리를 강화하고 나스닥 시장 IPO 요건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자 중국 기업들은 보란 듯 홍콩과 본토에 2차 상장을 가속하고 있다. 최근 중국 31개 상장사 중 13개 기업이 홍콩과 본토에 2차 상장을 준비하는 등 ‘탈(脫) 월가’ 움직임을 보인다.

중국 우량 기업들의 홍콩·본토 거래소 IPO가 늘어나는 것은 중국 정부의 금융개방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의 증시를 통한 직접 자본 조달을 장려하기 위해 홍콩 거래소 상장요건을 완화하는 등 규제 완화를 가속해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반등 속도가 가장 빠른 중국이 증시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본토 상장 증가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도 평가한다.

이은재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시장개방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영국 런던 FTSE 등 주가지수의 A주 편입 등으로 뮤추얼펀드, 보험회사 및 연금펀드 등 외국인 참여가 지속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미·중 외교 갈등 심화에 따라 중국 증시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는 만큼 개인들은 묻지마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을 앞두고 양국 갈등이 기술, 금융, 군사 등 여러 분야로 확대될 소지가 있어 중국 증시는 단기적 급등락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아 기자,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