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김모(24·사진)씨 월북 사건은 탈북민 3만명 시대의 명암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민 수는 2000년대 들어 매년 꾸준히 1000~2000명씩 입국하면서 큰 폭으로 늘어 2016년에 3만명을 돌파했다. 탈북민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남한 생활 부적응과 탈선, 비행 등 각종 문제가 속출하는데도 우리 사회 인식은 여전히 ‘귀순용사’ 시절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북한으로 다시 넘어간 탈북민은 11명이다. 2015년 3명, 2016년과 2017년 각 4명이 북으로 넘어갔으며 2018년과 2019년에는 월북자가 없었다. 김씨는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수치는 북한 매체가 공개한 월북자만 집계한 것으로, 비공식적으로 북한에 넘어간 탈북민까지 합하면 3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젊은 탈북민들 사이에서는 남쪽에서 큰돈을 번 뒤 북한에서 잘살아보겠다는 ‘한탕주의’도 일부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탈북민 사회를 잘 아는 소식통은 27일 “젊은이들 가운데 남한에서 살기 힘드니까 돈을 벌어서 북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도 있었다”며 “탈북민 커뮤니티 내에서 월북 동조자를 모집하려던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월북 직전 재산을 처분해 달러로 환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이 남한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월북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 종합편성채널 탈북민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임지현(북한명 전혜성)씨는 2017년 입북 후 북한 매체에 나와 남한 사회를 맹비난한 바 있다. 그는 “남조선 사회에서 허무함과 환멸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탈북민 정착 프로그램이 탈북민의 남한 적응 의지를 저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탈북민에게는 임대아파트 보증금과 정착지원금 등 명목으로 수천만원이 지급된다. 탈북민 대학 특례입학 제도도 잘 갖춰져 있어 명문대도 비교적 쉽게 진학할 수 있다. 탈북민 출신 대학생 중에는 졸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북민이 3만명을 넘어서면서 남한 사회 정착 등 문제에서 탈북민 본인들의 책임이 더 커지게 됐다”며 “탈북민도 남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당한 역할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연구자는 “김씨의 입북 사건은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철저히 개인의 문제”라며 “김씨의 주변 환경을 탓하기 전에 그 스스로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게 본질”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3년 전 김씨의 탈북 경로 인근에 위치한 경기도 김포 지역을 정착지로 지정해준 것부터 실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탈북민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반면 탈북민 규모가 커지고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향상되면서 과거처럼 탈북민 개개인을 밀착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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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